책소개
소란하고 요란한 것 모두 가라앉고 나면 비로소 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시 또한 마찬가지다. 슬픔과 절망을 거친 후에야, 그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담금질 후에야 시인은 생의 환한 얼굴을 마주 보게 된다. 〈절망, 이렇게 편안한 것을〉은 생의 무수한 편린을 웅숭깊은 언어로 그려낸 시집이다. 환하게 피어났다가 이름도 없이 져버린 사람들에게, 그 핍진한 사연에 바치는 헌사다.
생의 모든 풍경을 목도한 눈으로서, 모든 이름 없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팔로서 견사백의 시는 건재하다. 그리하여 그의 시 안에서 절망은 결코 절망에 그치지 않고,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독자는 타인의 생을, 그 환하고 아린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더없이 고요해진 마음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제1부 아카시아 꽃핀 날
서시(序詩)/ 몽골 초원/ 물둘레/ 오래전 꿈/ 눈 내리는 밤/ 꽃분이/ 냉이꽃/ 민들레/ 아카시아 꽃핀 날/ 덧니/ 흔들의자/ 치과에서/ 가을처럼/ 종달새의 눈물/ 무서운 눈/ 길 위의 여자/ 똥개/ 쑥떡/ 서툰 사랑/ 쥐며느리/ 암소/ 선풍기/ 틀/ 노을/ 집으로 오는 길/ 기차를 타고서/ 타버린 강/ 족보/ 하루/ 생각 바꾸기/ 6년근 인삼/ 군식구/ 개망초/ 옹이백이/ 가죽/ 왕초보/ 시베리아/ 유월의 어느 날/ 단기필마/ 흔들리는 성(成)/ 달빛 비상/ 가을 숲/ 마리 누나/ 돼지국밥집에서의 대화/ 애송이 나무/ 가시 둥지/
제2부 지랄맞은 사랑
빙산/ 작약꽃/ 조개/ 구멍/ 백합/ 부엉이/ 밤비/ 이끼/ 찔레 가시/ 삭힌 홍어/ 동냥밥/ 바람 부는 하늘/ 왕 버드나무/ 대바구니/ 흑사(黑巳)/ 춘삼월/ 수국/ 은희/ 소주 맛/ 사랑, 그것/ 오이/ 부평초/ 고리의 비애/ 영산홍/ 돌담/ 빈 자루/ 가을밤에/ 꽃무릇/ 땡감/ 기둥/ 발톱/ 별꽃/ 복사꽃/ 입김/ 바람꽃/ 못 자국/ 지랄맞은 사랑/ 그대 마음에/ 몰래 이별/ 물푸레나무 푸른 날/ 사십구 원/ 큰 새/ 억새꽃/ 거미줄/
제3부 젖은 옷 말리기
당찬 그녀/ 똥파리/ 대서/ 가을 전어/ 젖은 옷 말리기/ 고요한 바다/ 돼지 간을 써는 여자/ 재 넘는 길/ 쉰 팥죽/ 죽음의 맛/ 묵정밭/ 황새기 젓갈/ 암소 배 터진 날/ 바둑이/ 홍어 무침/ 전깃줄 위의 참새/ 말세/ 토하 타령/ 감꽃/ 오소리 굴/ 질경이꽃/ 물뱀/ 수탉 이야기/ 염소 타령/ 가마우지/ 만칠이/ 거미/ 나무꾼 곽 씨/ 하늘이시여!/ 환생/ 도둑/ 지옥 불/ 침략/ 우렁이/ 실핏줄/ 봄날은 가더라/ 봄비 내린 후에/ 용 문신의 사내/ 늙은 새/ 돼지 면천/ 별 총총하던 밤/ 금옥아, 금옥아!/ 빈 고둥
제4부 보이는 것 너머서
귓속말/ 물레방아/ 연꽃/ 사상누각/ 천공(天空)을 넘어서/ 라합의 웅덩이/ 꽃마리/ 이슬비 내리는 밤/ 코스모스 길/ 황금투구의 남자/ 은마차/ 흔들리는 숲/ 군왕의 서가(書家)/ 강을 건너며/ 값싼 고독/ 여백/ 귀의 오판/ 불쾌한 조우/ 비(雨)의 기원/ 파출부/ 산꽃 환한 날/ 오늘 밤/ 금화 은화/ 닭 장수/ 불길/ 양파/ 헷 사람 우리아/ 연기 놀이/ 응달에 핀 꽃/ 허물/ 꿈의 씨앗/ 심장/ 타인 놀이/ 구두 이야기/ 타조/ 검은 숲/ 선인장/ 난간에 서서/ 예루살렘/ 이브의 날/ 단풍/ 사람의 눈(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