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빛나는 강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 선정 ‘최고의 책’
‘굿모닝아메리카 북클럽’ 선정 도서
망가진 도시의 무너진 심장으로 흐르는,
떠나간 영혼들의 강물에 바치는 애도가
미국이 직면한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리즈 무어의 장편소설 《길고 빛나는 강》이 출간됐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순찰하는 한 경찰관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면서, 도시에 만연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이 겪은 고통의 내력을 탐색하는 과정을 그렸다. 출간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길고 빛나는 강》은 발표 후 “마약과 도시 그리고 가족에 관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각종 언론이 앞 다퉈 소개한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하면서 근래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가 되었다.
필라델피아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24구역, 켄징턴애비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그 거리의 민낯에 누구보다 익숙하다. 마약중독자들과,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에.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케이시 또한 같은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로. 미키는 거리에서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그것이 동생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시가 사라지고, 거리의 성 노동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미키는 실종된 여동생을 찾는 데 위험할 정도로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까지 서서히 무너뜨리는데…….
《길고 빛나는 강》은 두 번째 소설 《무게》로 로마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후 차기작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각국에 열렬한 팬을 확보한 작가 리즈 무어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일찍이 작품 내에 스릴러 등 장르적 요소를 꾸준히 도입하고 실험해온 그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본격 범죄소설이다. 특유의 세밀한 인물 묘사와 시적인 문체, 그리고 리듬감 있는 구성과 형식이 강렬한 소재와 어우러져 격조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약에 대한 무거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더불어,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감동의 가족 드라마로서 커다란 정서적 울림을 던져줄 것이다.
〈책 속으로〉
거니스트리트 선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여성이며 연령 미상, 사인은 약물 과용 같다고 종합상황실에서 전한다. 케이시일 거다. 내게는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을 때마다 뇌 기저에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오는 장치가 있다. 경련이나 반사반응이 일어날 때처럼 말이다. 그런 뒤에야 이성적인 판단력이 책임감 있고 무뚝뚝한 군인같이 나타나 확률과 통계를 상기시켜준다. 작년에 켄징턴에서 약물 과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900명이었고, 그중 케이시는 없었다고.
_12쪽
저기, 동생 일은 안됐어요.
나는 그를 본다.
― 네?
알론조는 멈칫한다. 자기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표정이다.
―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다시 묻는다.
그는 고개를 젓기 시작한다.
― 글쎄, 틀린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 그게 뭔데요?
알론조는 오른쪽으로 목을 길게 뽑아 평소에 폴라가 서 있던 자리를 내다본다. 그는 폴라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말한다.
―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폴라가 엊그제 여기 오더니 케이시가 실종됐다고 했어요. 한 달이나요.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된 것도 같다고. 아무도 케이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대요.
_78~79쪽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은 애슐리와 론의 침실이다. 구석에서 라디에이터가 소리를 내며 불쾌하지 않은 온기를 뿜어내고 있다. 방 한가운데 덮지붕 침대가 있고, 그 옆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 있다. 예수가 두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다. 그들은 빛나는 강물로 연결되는 길에 서 있다.
‘나와 함께 가자.’ 예수의 발치에 적혀 있다.
_176쪽
폴라의 손이 떨리는 게 보인다.
― 설마. 그 애가 말한다.
― 아는 사람이야?
폴라는 웃지만, 웃음에 분노가 묻어난다.
― 날 속이지 마. 폴라가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헛소리에 속지 않는 거.
나는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폴라는 잠시 눈을 감는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길게 빨더니 바닥에 버린다. 운동화 발끝으로 그걸 눌러 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본다.
― 그쪽 사람이야, 믹 언니. 폴라가 말한다. 경찰이라고.
_211~212쪽
자요. 남자가 말했어. 정말 주사 놔줄 필요 없어요? 5달러예요.
아뇨. 내가 말했어. 됐어요.
닥과 눈이 마주쳤어. 그가 말하더군. 내 집 근처에선 하지 마요. 그리고 먼저 시험해보고.
나는 고맙다고 하고 돌아섰어. 한 번 더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지. 닥이 내가 머뭇거리는 걸 알아차렸는지 묻더라고. 찾는 거 있어요?
뭐요, 하고 내가 되물었어.
그러자 그자식이 이렇게 말하더군. 여자 말예요.
_253쪽
나는 계속 차를 몬다. 차는 조금 더 넓어진 도로를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다. 갑자기 눈앞에 반짝이는 수면이 나타난다. 나는 다시, 델라웨어강에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니던 그 어두운 강에.
_417쪽
나는 궁금했다.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을을 떠난 후 그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다치지는 않았을까? 추웠을까? 가족을 그리워했을까?
경찰 일을 하면서 매일매일 그 이야기를 생각했다. 내 상상 속에서 마약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약이 주는 황홀감을 그려본다. 그 황홀감을, 일하는 매일매일 또렷이 목격할 수 있다. 모두가 마법에 걸려 매혹된 채로 돌아다닌다. 이야기가 끝난 후의, 아이들과 음악과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난 뒤의 하멜른 마을을 상상해본다.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그 마을의 끔찍한 고요가.
_4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