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형 참관, 차가운 인사
비어스의 짧은 유령 이야기 두 편을 묶었다.
「교수형 참관」에서 대니얼 베이커 노인은 한 행상인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행상인이 실종됐고 마을주민들의 의심은 있으나 증거는 없다. 그런데 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이 사건은 7년 후 베이커 노인이 독특한 방식으로 죄과를 치름으로써 해결된다.
「차가운 인사」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의 화자 벤슨은 콘웨이라는 남자의 방문을 받는다. 벤슨은 자기가 잘 아는 바팅의 소개장을 가져온 콘웨이를 반갑게 맞아 준다. 그런데 어느 날 콘웨이가 벤슨에게 차갑게 인사를 건네고는 그냥 지나가버린다. 다음날에도 그러자, 벤슨은 그 이유를 묻는다. 콘웨이는 예상 밖으로 바팅 얘기를 꺼내는데...
〈책 속에서〉
아이오와 주 레바논 인근에 사는 대니얼 베이커라는 이름의 노인은 통행권을 가지고 밤에 그의 집을 지나가던 한 행상인을 죽였다는 마을사람들의 의심을 사고 있었다. 그때가 1853년으로 서부에서 지금보다는 행상이 더 흔하고 꽤 위험하던 시기였다.
등짐을 진 행상인은 어김없이 쓸쓸한 길을 따라 마을을 지나며 마을사람들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보니 괴팍한 사람들과 연이 닿기도 하는데 이중에는 사는 방식이 양심적이기는커녕 생계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짐을 줄고 지갑은 두둑해진 행상인이 악한의 호젓한 거주지를 지나가다가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이 간혹 있었다.
늘 “베이커 노친네”로 불리는 사람의 경우도 여기에 속했다. (서부 “정착촌”에서 이런 식의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존경받지 못하는 노인들뿐이었다. 즉 사회적 무가치에 대한 일반적인 오명에 덧씌워진 시대 특유의 비난이었다.) 행상인이 그의 집에 들렀다가 사라졌다. 이것이 사람들이 아는 전부다.
7년 후 어느 밤, 이 지역에 널리 알려진 침례교 목사 커밍스 씨가 마차를 타고 베이커 농가를 지나고 있었다.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땅에 깔린 안개의 가벼운 베일 위로 조각달이 떠 있었다. 늘 쾌활한 성격의 커밍스 목사는 휘파람을 불다가 이따금씩 멈추고 말을 향해 살가운 격려의 말을 건네곤 했다.
메마른 계곡 위로 나 있는 작은 다리에 다다랐을 때 목사는 안개 낀 회색 숲을 등지고 또렷하게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는 등에 뭔가를 묶었고 묵직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떠돌이 행상이 분명해보였다. 그의 태도에는 뭐랄까 몽유병자 같은 암시가 있었다.
그 남자 앞에까지 간 커밍스 목사는 말고삐를 당기고 남자에게 유쾌한 인사와 함께 마차에 타라고 권했다.
“가는 길이 같다면요.” 목사는 이렇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