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글거리는 햇살의 파름파름하고 파릇한 천진한 표정이 창문 틈 사이로 비쳐 드는 화창한 오후에 차 한 잔을 마셔 볼까 싶어 일상의 설렘 같은 작은 기쁨들이 상냥하게 녹아든 듯한 따뜻한 차가 놓여 있는 식탁 앞쪽으로 향했어요. 그러곤 향기로운 온기가 부드럽게 머무르는 그 차를 마시려는데, 뭔가 좀 허전해 찻잔 옆에 놓여 있던 쿠키를 집어 들었어요. 쿠키의 달콤함과 차의 감미롭고도 나긋한 향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듯했어요.
며칠 전에 차를 마실 때에는 모닝빵을 곁들였는데, 그때도 차만 한 잔 마실 때보다 더 다채롭기도 하면서 더 부드럽기도 한 그 고유의 은은하고 촉촉한 맛을 입 안 가득히 느낄 수 있었어요.
차를 마시며, 쿠키와 모닝빵을 맛보며, 뭔가를 생각할 때, 또는 무언가를 머릿속에 그려 볼 때, 그와 더불어, 잔잔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한 글을 산뜻하리만치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차 맛도 쿠키와 모닝빵의 맛도 입 안에서 더 잘 느껴지고, 그 향과 맛이, 기분 좋은 생각의 물결처럼 가슴속에까지 밀려드는 듯하기도 하지요.
그런 서정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시가 가득 실린 ‘차 한 잔과 짧은 시’를 향긋한 풋풋함이 쉴 새 없이 흘러넘칠 정도로 환하게, 여유롭게, 미소 띤 얼굴로 부담 없이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잔잔하면서도 포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시집 ‘차 한 잔과 짧은 시’를 읽으며, 입술에 갖다 댄 따뜻한 차 한 잔을 느긋한 마음으로 음미해 보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일 듯싶어요. 상큼하리만치 재미나고 또 아늑한 포근함까지도 흠뻑 느낄 수 있는 ‘차 한 잔과 짧은 시’를 즐겁고도 유쾌한 기쁜 마음으로 만나 보기로 해요.
저자소개
유종우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함.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지구 사랑 공모전 시 부문 입선.
최근작으로는 ‘동시 나라 동시집’, ‘겨울빛이 어린 동화집’, ‘재미있는 동화책’, ‘슬러시’, ‘생활 속의 짧은 시’, ‘일상에서 만난 시’,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등이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좋은 날씨
희푸른 파도가 밀려와
테라스에 볕이 들면
네게서 바다를 느낄 때
나무의 마음
빗물에게
오늘 부는 바람은
서로의 얼굴
코코넛주스와 파도 소리
빗소리 한 잔
향기로운 마음
벽난로처럼 따스하게
햄버거를 먹다가
차가 많이 밀리는데
겨울에도 봄이 온다
단짝
비의 소리
한 조각
용기를 칭찬해
한겨울에 혼자 핀 개나리꽃
베개 털기
주차가 어려운 차고
공휴일의 늦잠
흩어진 생각
꽃빛은 따뜻하다
내 생각, 네 생각
새로운 마음으로
적당한 게 좋아
출퇴근길
멋진 사람은
익숙한 맛
꽃다발의 향기처럼
다이어트 후 식사
순수함
굴뚝과 팔뚝
야식과 아침밥의 차이
꾸벅꾸벅
하나 남은 바나나
목동과 양들이 머무는 곳
유익한 글
유일한 댓글
독서광
새 봄이 따스하게 밀려오면
상대방
뜻밖의 기쁨
견인된 차량
다시 듣고 싶은 말
그 모든 것을 배워 가며
달콤하고 새콤한 그 맛에
하얀 목련꽃
칭찬을 받고 나면
솜뭉치 강아지
배고플 땐
소녀와 바보
오랜 친구
그 생각은 회전하며
오늘이에요
혼자 야근하다가 문득
퇴근길
여름의 시작은
파랗고 작은 새의 인사
감미로운 블랙베리주스
잃어버린 안경 닦이
너를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
별 구경을 하고서
안 춥다면서
기대와 실망
눈물을 사랑한 비가 다시 내리면
모두가 주인
푸석푸석한 식빵
무직의 기쁨
빗물도 햇살도 웃잖아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도깨비 집
그런 마음이 바로 그대인가 봐요
물고기의 눈물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가지 않는 앞 차
설거지
그 마음으로 하는 일
맛있는 야식
촉촉한 느낌으로
살이 찐 것을
브라우니
꿈결 같은 착각
붉은 가시연꽃
커피 잔에 빠뜨린 쿠키
청소하다가 든 생각
하나인 그대
덴뿌라
사람의 웃음이 머물러 있는 곳
찾을 수 없는 너
좋아하는 소리들
따뜻한 겨울 외투
오랜만에 가는 미용실
멀리 보이는 꽃의 향기
맛있는 건
친구란
그 수줍던 꽃은 다시 향기롭게 빛나고
거꾸로 보는 티브이
길을 찾아서
늘 마주하는 별빛
값진 친절
파도의 기억
커튼 밖 세상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
옛날에 먹었던 잊히지 않는 음식
숲길 위로 흐르는 가을빛 노래
겨울바람에게
택배 도착 문자
그대의 목소리를 들어 봐요
풀밭에서 뛰어나온 사람
더 환하게
꽃은 나비처럼, 나비의 꽃잎처럼
네 목소리
빗속의 새벽 거리
너를 향한 그 기억이 따끔거려
신록의 빛깔을 흩날리며
그 모습, 그 목소리
바보라서
별빛으로 가득한
한 걸음씩 발을 앞으로 더 내디디며
공원에서 맛본 슈크림빵과 커피
가뿐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낯설거나 그립지 않게
카나리아의 노래
포근함이 햇살처럼
기쁨은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
향기로운 그 길을 걸으면
새벽의 창을 두드리는 사람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누군가 꽃에 대해 말하면
생각하던 것을 잘할 수 있을까?
꾸미지 않은 따스함으로
그 모습은 꿈이었을까
그대는 그대의 날개가 되어
큰 새벽에 그 푸른 새벽에
비바람 속의 새벽길
나는 오늘도 너를 바라봐
비에 젖어도 반짝이는 그 불빛
새벽 바다의 푸른 물결
휘파람 같은 바다의 파도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