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공포라고 하는 소재는 사실 흔하다. 하지만 그런 흔한 공포라는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추악함이나 역겨움 혹은 그저 잔혹한 방법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낮은 수라고 볼 수 있다. 그 상황이 주는 섬뜻한 표현을 통해 심리적으로 극한의 공포를 자아내는 방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를 예상하고 집필에 들어갔다. 그런데.......도입부의 끝에서 이 배경이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린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통찰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고서는 장르를 급하게 공포 쪽으로 돌렸다고 이야기 한다면 독자들의 김이 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방향전환은 수긍이 가고 조금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전개를 가능하게 하였다. 환자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그 이상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화자의 나레이션과 인물간의 대화, 혹은 생각하는 혼잣말이 어떤 구분 없이 혼재하는 것을 두고 처음대하는 독자에게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표현방식, 즉 이상심리가 가지는 자아와 타아의 혼선이 꼭 필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공포로맨스가 있다면 이 작품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장르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장르소설이 주는 재미와 아울러 표현방식의 신선함이 독자 분들에게 어필했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