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달빛이 비치는 밤이면, ‘그것’이 나타난다!"
억압받는 여성의 처연한 몸부림, 그리고 광기.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미국에서 작가, 사회개혁가, 연설가로 활동한, 페미니즘의 선구자 샬럿 퍼킨스 길먼의 대표작.
신경 쇠약을 앓는 한 여성이 가부장적인 남편의 억압으로 ‘휴식’을 제외한 사회 활동 및 지적 활동을 금지당한 채 괴상한 무늬의 누런 벽지가 발린 방에서 지내며 점차 환영과 광증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선구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잘 알려져 있으나, 기이하고 음산한 어조와 묘사 때문에 심리스릴러나 공포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책 속으로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현란한 문양이 예술적인 면에서는 죄악이나 다름없다.
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흐릿하지만 끊임없이 신경에 거슬리면서도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뚜렷하기도 하며, 엉성하고 불분명한 곡선을 살짝 떨어져서 보고 있자면 그 곡선들이 갑자기 자살을 하는데, 터무니없는 각도로 곤두박질하며 말도 안 되는 모순들 속에서 자멸한다.
벽지 색깔은 불쾌하다 못해 역겨울 지경이다. 햇빛에 천천히 노출되어 기묘하게 바래서 그을린 듯 지저분한 노란색이다.
군데군데 탁하면서도 요란한 주홍빛이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흐릿흐릿한 유황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