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도둑
[시체 도굴이라는 기묘한 소재로 전개해나가는 공포 단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유명한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공포 단편 《시체 도둑》은 시체 도굴이라는 충격적이면서도 기이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19세기 초 런던에서는 암암리에 시체 도굴이 성행했다. 해부학 교수들은 시체를 구매할 때 출처를 묻지 않았고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버리곤 했다. 그러다 결정적인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시체 도굴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고 수많은 시민의 공분을 샀다. 윌리엄 버크가 윌리엄 해어와 공모하여 허약하고 나이 든 사람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여관으로 유인하여 살해한 후 그 시체를 해부 실습실에 팔아넘긴 사건이다. 버크와 해어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도덕성을 상실한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는 죽음, 선과 악, 도덕이라는 주제는 이 소설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는 이처럼 다소 무거운 소재로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해나가며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