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
미국 남북전쟁의 샤일로 전투(일명 피츠버그 랜딩 전투)를 소재로 한 비어스의 자전적 수기. 샤일로 전투는 미국 남북전쟁 서부 전역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 테네시 주 남서부의 실로(샤일로) 예배당 근처에서 1862년 4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펼쳐졌다.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의 북군이 승리했지만 양측 각각 1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책 속에서〉
이것은 단순한 전쟁담이다. 작가가 아닌 병사가 병사가 아닌 독자를 위해 썼다고 해도 좋을 그런 이야기다.
일요일이었던 1862년 4월 6일 아침은 화창하고 포근했다. 긴 행군으로 지친 기병대가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한 날이어서 기상나팔도 평소보다 늦게 울렸다. 병사들은 숙영지의 타다 남은 모닥불 주위를 한가로이 어슬렁거렸다.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병사들도 있었고, 정기 점검에 대비하여 무기와 이런저런 장비의 상태를 대충 확인해 보는 병사들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좀처럼 끝나지 않을 화제, 요컨대 작전의 결과와 목적에 대해 저마다 독단적인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보초병들은 평소라면 용납되지 않을 느슨한 태도와 걸음걸이로 혼잡한 전선을 오갔다. 그중 몇 명은 발에 물집에 생겼다는 이유로 군인답지 않게 절룩거리기도 했다. 조금 뒤쪽에는 걸어총을 해 둔 소총들과 군막이 있었는데, 간간이 나른한 모습의 장교들이 지저분한 머리를 막사 밖으로 내밀고 하인들에게 세숫대야를 가져오라거나 외투의 먼지를 털라거나 기병도를 윤기 나게 닦으라고 지시했다.
말쑥한 복장의 젊은 연락병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건을 전달하기 위해 동료들의 짓궂은 농담과 선임병들의 장난에도 아랑곳없이 병사들 사이를 헤치며 이리저리 께느른한 군마를 몰았다. 지위와 역할이 분명치 않은 흑인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백인들이 무슨 장난질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배를 깔고 엎드려 빈둥거리거나, 햇볕 아래 길쭉한 맨발로 뛰어다니거나 태평하게 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