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레드 닥

레드 닥

저자
앤 카슨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22-09-22
등록일
2022-11-0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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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래, 모든 날이 걸작일 수는 없다.”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 앤 카슨의 아름다운 운문소설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그리고 학자로서 고전을 소재로 삼아 포스트모던한 감성과 스타일의 심오하고 기발한 작품들을 써온 현대시의 거장 앤 카슨의 운문소설 《레드 닥>》이 출간되었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지루함이고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다”라고 말한 그녀답게, 앤 카슨은 이번 《레드 닥>》에서도 소설과 시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소설적 미학을 선보인다.
《레드 닥>》은 고전 《게리오네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주목할 만한 작품 《빨강의 자서전》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깨에 빨강 날개를 달고 태어난 게리온이 두 살 연상의 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를 사랑하면서 시작되는 영웅적인 성장 이야기 《빨강의 자서전》이 나온 지 15년 뒤, 앤 카슨은 문득 게리온과 헤라클레스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져서 《레드 닥>》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레드 닥>》의 주인공 게리온은 이제 G라는 이름의 소 떼를 돌보는 중년 남자가 되어, 어릴 적부터 써온 자서전은 진즉에 포기한 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러시아 초현실주의 시인 다닐 카름스를 읽으며 세월과 함께 시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G는 우연히 과거의 헤라클레스이자 지금은 군 제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새드(Sad But Great, 슬프지만 위대한)를 만나게 되고, 두 중년의 남자는 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한다. 북쪽에는 매서운 바람과 빙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추운 땅에서도 “섬뜩하고 온화한 목적을 갖고 그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얼음 박쥐들이 있어 삶과 희망을 이어간다.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문제가 되고 언제나 아름다운 소설

《레드 닥>》은 시적이고 모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한 편의 시이면서, 한 편의 모험담이고, 한 개의 빨강 퍼즐처럼 복잡하게 아름답다. 하지만, 《레드 닥>》을 더 특별하게 하는 건 유머러스함이다. 일단, 제목부터 장난스럽다. ‘레드 닥’ 뒤에 붙은 생뚱맞은 화살괄호(>)는 워드프로세서 파일명에 자동으로 생성된 기호를 작가가 그대로 쓴 것이다. 독특한 모양의 본문 디자인 역시 컴퓨터 버튼을 잘못 눌러 좌우 여백이 너무 많이 생긴 걸 그대로 채택했다고 한다. 쉼표는 찾아볼 수 없고, 물음표는 거의 생략되었으며, 마침표마저도 간간이 자리를 비운다. 이야기의 흐름 또한 종잡을 수 없이, 무의식처럼 갑작스럽게 이어지고 끊어지다가 다시 이어진다. 《레드 닥>》을 읽는 독자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반짝이는 퍼즐 조각을 손에 든 채로 허둥대게 되지만, 결국은 자의에 의해 자신만의 빨강 퍼즐을 완성해내고야 만다.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문제가 되는 소설,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아름다운 소설, 그게 바로 《레드 닥>》이다. “그래, 모든 날이 걸작일 수는 없다” 하고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작은 걸음으로나마 삶이 걸작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처럼, 소설은 장마다 읽는 모두에게 새롭게 해석되고 재창조된다. 열정적인 창조 행위로서의 독서를 즐길 기회를 찾고 있던 독자들이면 올겨울 《레드 닥>》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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