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밤
서쪽 하늘 한켠에
뼈 한 올 걸치지 않은 반달이 그녀를 읽는다
하루 분량의 햇살을 다 털어먹어도
헛헛한 갱년기의 알몸을 점검한다
그림자긴 한여름
계절은 어느새
신록의 반경을 빠져나와
삼라만상을 시공하고
색깔 진한 열매들은
다리가 휘도록 시간을 달린다
피돌기 멈춰버린듯 먹먹한 밤
골다공증을 앓는 반쪽짜리 달빛
마지막 요염을 떨고 있다
다 헐어 버린 심장이 모질게도 차오르는
중년의 밤은
일찍 퇴근하는 새벽 탓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