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는 조사관
“사람들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위 조사관들’의 성실한 활약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동시대의 죽음, 송시우 신작
“죽음보다 삶이 낫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가장 진실한 시선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의 새로운 기준, 송시우의 신작
2008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송시우는 2014년 첫 장편 《라일락 붉게 피던 집》으로 대형 신인 작가의 등장을 화려하게 알렸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발간과 동시에 다수의 미디어에서 경합을 벌이며 영상화가 확정되었고, 이후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 등의 출간작이 연달아 영상화가 확정되며 한국 장르문학의 기대주이자 검증된 콘텐츠 장인으로 자리 잡았다. 네 권의 장편과 한 권의 단편을 쓰며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는 2019년 《대나무가 우는 섬》 이후 3년 만에 ‘조사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구하는 조사관》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구하는 조사관》은 2015년 출간되어 2019년 OCN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으로, 전작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이 깨질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 전반에 만연한 혐오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다. 작가는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인물을 내세워 경찰이나 탐정 등이 등장하는 고전적 추리소설의 틀을 깨면서도 범인과의 심리전을 비롯한 전통적 미스터리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 송시우의 ‘조사관’들이 탐정이나 경찰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은 그들이 사건을 쫓고 해결하려는 목적에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의 검거도, 정의실현도 아니다. 그들이 끝까지 구해내고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사람’ 그 자체다. 인간이 최후의 순간까지, 더 나아가 죽음 이후에도 인간일 수 있어야 한다는 송시우식 위로는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작가는 죽음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삶을 바라보기 위해 죽음을 쓴다. 이것이야말로 송시우가 제시하는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 문학의 ‘새로운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