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났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한강을 거슬러 신선이 살만하다는 단양에서 영월 방면으로 삼십여 분 달려가면 태화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싼 영춘면이 있다.
태화산 맞은편엔 소백산이 꿈틀거리며 내려오다가 남한강에 잘려서 절벽을 이룬 성산이 마주한다.
성산엔 장부의 기개로 우뚝 버티고 천여 년을 넘게 서 있는 온달산성이 있다.
영춘에는 달이 뜨는 날이면 달이 둘 떴다.
하나는 산성에 고즈넉이 뜬 달이요.
또 하나는 강 가운데 이지러진 달이라.
하지만 영춘 사람들 가슴에는 낮이나 밤이나 온전한 달은 이곳에서
사랑도 피 끓는 구국의 혼도 꽃잎처럼 떨군 평강공주 신랑 온달뿐이다.
지금 영춘은 한적하지만 좋던 시절도 있었다.
강원도 영월과 정선 고을 이웃한 충청도 두메산골 영춘 고을에 뗏목 흘러가던 시절이었다.
삼일 팔일 장날이면 장터엔 장돌뱅이 몰려들고 늘어선 주막엔 한양으로 뗏목 몰고 떼돈 벌러 가다가 노독 푸는 떼꾼들과 빼앗기고 산으로 숨어든 가난한 화전민들이 산골에서 내려와 뒤엉켜 시끌벅적했었다.(본문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