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크툴루의 부름

크툴루의 부름

저자
H. P. 러브크래프트
출판사
바톤핑크
출판일
2022-11-16
등록일
2023-02-1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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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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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은 1926년 작품으로 1928년 《위어드 테일스》에 발표했습니다.
1920년 초에 꾼 꿈을 소재로 몇 년 간의 구상을 통해 집필했다고 하죠. 전작 「데이곤Dagon」을 확장하고 구체화한 요소들도 보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문학에서의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괴이한 존재를 다룬 기 드 모파상의 「오를라Horla」를 읽고 크툴루의 구상에 활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창조물 중에서도 크툴루는 문학, 음악, 영화, 게임, 캐릭터 산업에 이르기까지 단연 영향력이 큽니다. 1984년 전설적인 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크툴루의 부름을 노래했죠. 같은 해 출시된 동명의 롤플레잉 게임 이후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여러 장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도 크툴루는 동명의 영화와 여백을 채우는 영감으로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크툴루의 부름」은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끼친 영향력뿐 아니라 작가의 개인으로서도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지요. 일련의 후기 작품들이 공포와 SF를 결합하는 일관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크툴루 신화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자, 냉혹하고 거대한 우주와 초라하고 무가치한 인간을 보여주는 작가 특유의 코스모시즘(Cosmocism)이 주제와 기법 면에서 완성을 갖추는 출발점이 「크툴루의 부름」입니다.

〈책 속에서〉

I. 진흙 속의 공포

내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다행한 일은 인간의 정신이 그 속에 포함된 모든 내용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하는 것이다. 끝없는 암흑의 바다 한복판, 우리는 그 중에서도 무지라는 평온한 외딴섬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멀리 항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각각의 방향으로 고군분투해온 과학은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그리 큰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제각각이었던 지식이 통합됨으로써 현실의 끔찍한 전망과 더불어 그 속에 자리한 우리의 소름끼치는 처지가 드러날 것이다. 아마 우리는 그 드러남에 미쳐버리거나, 그 치명적인 진실을 외면하고 새로운 암흑시대의 평화와 안정 속으로 도망쳐 들어갈 것이다.

신지론자들은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의 순환이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의 세계와 인류는 일시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낸다고 추정해왔다. 또한 맹목적인 낙관주의의 가면을 벗기고 나면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들 기이한 생존체들에 대해 암시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금기의 영겁을 잠시나마 일별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내가 생각할 때마다 소름이 끼치고 꿈을 꿀 때마다 미치게 만드는 금기의 영겁 말이다. 그 일별은 무시무시한 진실을 스쳐볼 때 대개 그렇듯이 별개의 자료들―이 경우에는 낡은 신문 기사와 고인이 된 어느 교수가 남겨놓은 노트들―을 우연히 취합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내가 했던 일을 다른 누군가가 이어받기를 원치 않기에, 내가 살아있다면, 이 끔찍한 사슬의 연결고리를 의도적으로 제공하진 않을 것이다. 그 교수 역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분도 돌연한 죽음을 맞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노트들을 폐기했을 것이다.

1926년 말에서 이듬해 겨울, 내 종조부 조지 갬멜 에인절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는 그 존재를 처음 깨달았다. 종조부는 로드아일랜드 소재 브라운 대학의 셈어학과 명예교수였다. 고대 비문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졌던 종조부는 유명 박물관에서 자문을 요청받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그분이 보낸 아흔두 해의 생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분은 불명확한 사인 때문에 관심이 증폭됐다. 종조부는 소형 범선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습을 당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가파른 언덕가의 음침한 골목에서 선원 행색을 한 흑인이 나타나 종조부를 떠밀었다고 했다. 그곳은 부두에서 출발해 윌리엄스 가에 있는 고인의 자택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의사들은 시신에서 특별한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난감한 의견들이 분분했지만 고령의 노인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다소 모호한 결론이 나왔다. 당시엔 나 또한 의사들의 의견을 반박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으나, 나중에는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의혹 그 이상이었다.

종조부는 부인과 사별한데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내가 고인의 유일한 상속인이자 유언 집행인으로서 그분이 남긴 문서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을 떠맡았다. 그분이 남긴 서류와 유품을 정리하는 그 과정에서 나는 여러 서류 뭉치와 유품 상자들을 보스턴의 내 집으로 모두 가져왔다. 내가 상관관계를 밝힌 유품의 대부분은 고고학 학회에서 출간하기로 한 자료들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꽤나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상자 하나가 눈에 띄어서 일단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 두었다. 상자는 굳게 잠겨 있었는데, 종조부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열쇠고리를 나중에 떠올리고 나서야 상자의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상자를 여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안에 마주한 것은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기묘한 점토 부조상과 낱장으로 흩어져 있는 메모, 종잡을 수 없는 글과 오려낸 기사들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말년에 이르러 종조부가 천박한 속임수 따위를 믿으셨던 것일까? 나는 늙은 종조부의 안식을 방해했을 그 괴팍한 조각가를 찾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부조상은 직사각형 모양에 얕게 돋을새김한 형태로 두께 2.5센티미터 남짓, 가로 13센티미터 세로 15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였다. 현대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디자인의 분위기와 착상 면에서 현대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 입체파와 미래파 미술이 아무리 기발하다고 해도 선사시대의 글 행간에나 숨어있는 비의적 인상을 그 정도로 재현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종조부의 서류와 소장품엔 이미 익숙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 부조상의 정체는커녕 일말의 연관성조차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밖에도 상형문자로 보이는 것들은 그림을 이용해 의미를 전하려는 상징이 분명했으나, 인상주의 기법이 그 본질의 확실한 이해를 막고 있었다. 괴물 아니면 괴물을 표현하는 상징처럼 보였는데, 그런 형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병적인 상상력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의 상상을 곁들여 묘사하자면 문어와 용과 인간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고 하겠는데, 그 핵심을 설명하기에는 그리 부정확한 묘사는 아니리라. 비늘과 퇴화된 날개가 달려 있는 기괴한 몸통에 펄프 같은 촉수가 있는 머리가 얹혀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공포를 주는 것은 그 형체의 전반적인 윤곽이었다. 형체 뒷부분에 거석으로 쌓은 건축물을 어렴풋이 암시하는 배경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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