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
여행? 힐링? 이상하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이들을 낳은 후 여행은 무늬만 여행일 뿐, 여행을 가장한 장시간 노동에 가까웠다. 그것도 돈을 쓰면서 힘은 힘대로 쓰이는 노동 말이다. 물론 사진은 아름답게 남았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나는 아이들을 신경 쓰고, 입맛에 잘 맞지 않는 음식에 질리고, 잘하지 못하는 운전을 하느라 지친 기색 따윈 싹 지운 채 웃고 있을 뿐이다.
부모가 된 이들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었는지 아이들과 어디를 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내 힘듦보다는 아이들 기억 속에 하나라도 더 많은 경험을 남겨주고 싶은 이유다.
그러다 문득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있었나?’ 물음이 들었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채 결혼했고, 또 후에는 아이들을 낳느라 혼자만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였다.
혼자만의 여행… 바로 이거다 싶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으로 그 ‘힐링’이라는 실체를 느끼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운전을 잘 못하니깐 먼 데로 갈 수가 없는데?’
‘그럼 가까운 데로 가봐?’
‘대구 안에서 쉽게 떠나는 골목길 여행? 어머, 나 천재 아니야?’
이렇게 두 아이의 엄마 사람인 난 대구 골목길 여행을 계획하고, 햇빛이 작열하는 8월의 어느 날, 폭염의 대명사 대구 골목길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