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귀 토끼가 전해준 말
어느 시인이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었고 그 간격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었다고 말했지요.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그 같은 간격이 있어야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서로에게 방해받지 않고 햇볕과 바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디 나무만 그렇겠어요. 소리와 소리 사이의 간격이 음악을 만들 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절한 간격이 있어야 그 관계가 아름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관계에는 서로에게 좋은 간격이 있어야 합니다. 그 좋은 간격을 ‘아름다운 거리’라 말할 수 있겠지요. 그 아름다운 거리를 지킬 수 있을 때 사랑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서에서는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라고 말한 게 아니겠는지요? 무례히 행하지 않는 '아름다운 거리감'을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토끼를 사랑하는 엘리스라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엘리스가 어릴 적 잃어버렸던 토끼를 만나 한쪽 귀를 동상으로 잃은 것을 보고 치료해주고 함께 놀아주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또한 눈 뜨고 꾸는 한낮의 꿈에 지니지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