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든 아니 만나든
일상을 걷는 포토 에세이
시간의 흔적을 만드는 일, 그 안에서 한 계절을 살았다.
손을 뻗고 셔터를 누르고, 침묵이 주는 순간에 머물다 오롯이 이 여름을 떠나 보낸다.
일순간 떼로 나타나 한 철 지치도록 울다 간 매미, 내 주위를 엉기던 당찬 하루살이 떼의 고단함,
비에 젖은 물방울을 헤치며 번져가던 길거리의 사람들, 한밤중을 가르는 오토바이와 앰블런스 소리.
때로는 두렵고 힘겨운 일상이 도심의 불빛과 함께 흔들렸지만, 멋진 자연의 풍광과 소음 안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이끼와 녹슨 세월의 무심함이 끌어 당기는 힘은 늘 새로웠기에,
이 한 계절을 아름답게 허비한 모든 시간을 이곳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