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크린 위에 펼쳐진 삶의 이야기를 읽다
1895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사진 기술자였던 오귀스트 뤼미에르, 루이 뤼미에르 형제는 신기한 장치를 하나 선보인다. 장치의 이름은 ‘시네마토그래프’. 정지된 장면만을 담아낼 수 있는 사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움직이는 영상을 담아 스크린에 재생할 수 있는 장치였다. 시네마토그래프를 통해 상영된 영상은 열차가 역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50초가량 담아낸 영상으로 특별한 플롯이나 연출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된 이 영상물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영화’라는 장르를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게 된다.
시네마토그래프의 발명으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현재, 영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100여 년 전의 시네마토그래프에서 지금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영화는 현실을 재구성하는 장치’라는 점일 것이다. 심지어 컴퓨터그래픽과 각종 기술을 활용해 실존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영화임에도, 그 안에는 현존하는 인간의 삶과 사상이 반드시 담겨 있다.
이 책 『빛의 속삭임』은 전주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오랫동안 희곡을 강의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조은영 전주대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떠나는 영화 속 인문과 삶으로의 여행이다. 80년대 중반 하와이대학교에서의 체험을 통해 문학과는 또 다른 영화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서울문예마당에서 주관하는 ‘씨네 토크’를 통해 많은 이들과 나누었던 영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풀어놓는다. 특히 이 책은 영화의 촬영 기법 등의 기술적 요소보다는 영화의 플롯이 담고 있는 이야기 그 자체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현실’이 어떻게 스크린 위에서 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하며, 독자들이 영화를 통해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영화를 소재로 삼아 우리들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1장 ‘부부 이야기’에서 4장 ‘메멘토 모리’까지는 결혼, 인생, 노후, 죽음으로 이어지는 인간 생의 4가지 단계에 따라 선정된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주목하지 않았거나, 외면해 오고 있었던 인생의 화두를 이야기한다. 또한 5장 ‘차별과 위선’에서부터 9장 ‘세상의 끝에서 희망을 말하다’까지는 사회적 차별, 소수자의 연대, 자본주의와 기술발전의 명암, ‘인류 멸망’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 깨달음 등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선정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각자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10장 ‘삶과 예술’은 ‘미술’을 소재로 삼은 영화, ‘영화’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개념으로서의 예술과 미디어의 가치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소개
조은영
전주대학교 명예교수
1981년부터 전주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현대드라마를 주로 강의했다. 희곡을 공부하고 강의하다 유학을 떠났다. 한국과 달리 영화가 종종 교재로 사용되는 점이 의아하기도 새롭기도 했다. 캠퍼스에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곳과 아트 포르노라는 장르의 영화를 상영하는 별개의 극장도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읽어야 할 책 목록과 나란히 올라와 있는 점이 수상하고 놀라웠다. 지난 세기 80년대 중반 하와이 대학에서의 일이다.
책에서 읽던 삶과 세상을 스크린에서 보며 영화에 빠졌다. 영화학도로서 전문성을 갖춘 영화보기가 아니라 문학작품으로서 드라마를 분석하듯 영화의 텍스트에 치우친 영화보기였다. 영화 속에서도 세상과 인생이, 삶의 메타포가 생생했다. 이때 곁눈질을 했던 결과물이 『영화읽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영화읽기’에 빠져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며 그때와 전혀 다른 해석과 느낌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새 영화를 보며 옛 영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2시간 남짓 응축된 다양한 삶의 모습에서 삶을 반추하기도, 사소한 지혜를 새삼 떠올리며 겸허해지기도 한다. 가끔씩은 스크린 바깥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확장되기도, 깊어지기도 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영화를 보며 비평가의 환호를 받은 영화도 그저 그렇다는 평을 받은 영화도 나름대로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로 가득함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뻔하게 드러내 보였든 꼭꼭 숨겨놓았든 사랑스러운 눈길로 품으면 삶을 향한 귀한 깨우침이 보이고 세상을 향한 외침이 들린다. 영화 속 삶의 미덕, 빗나간 열정과 욕심, 일그러진 세상을 보며 마음의 자세를 고쳐,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목차
저자의 말?4
/ 부부의 세계/
결혼 이야기?14
: 행복한 결혼? 꿈 깨세요
카페 벨 에포크?26
: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 미혹과 불혹의 사이 /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36
: 이건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이 아니야!
위아영?48
: 언젠가 한 번 화려했던 것들은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 노년과 고독 /
바운티풀 가는 길?62
: 길은 때때로 통하다가 막히고, 강산은 날마다 적막하고 쓸쓸하네
밤에 우리 영혼은?73
: 하나님, 저 외로워요
어바웃 슈미트?84
: 이제 인생을 묻지 않는다. 다만 여기에 있는 기적뿐!
/ 메멘토 모리/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94
: 괜찮은 인생이었어, 죽음만 완벽하다면!
원더풀 라이프?105
: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요
/ 차별과 위선/
헬프?116
: 흑인여성 차별의 미시사
모나리자 스마일?128
: 미소 짓고 있는 그녀는 행복했을까?
파워 오브 도그?136
: 파멸을 부르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
/ 연대의 아름다움 /
바그다드 카페?152
: 땀에 젖은 여자와 눈물 훔치는 여자가 피워낸 사막의 꽃
원스?165
: 당신의 멜로디를 내가 따라 부릍게요
/ 자본주의의 꿈과 꿈꾸는 자본주의의 세계 /
모래와 안개의 집?174
: 우유는 상했고 꿀은 도둑 맞은 후였어
글렌가리 글렌 로스?185
: 탐욕은 좋은 것이다
하워즈 엔드?195
: 단지 연결하라!
/ 테크놀로지 디스토피아 /
트루먼 쇼?206
: 이 쇼는 우리 모두 함께 하는 쇼야
마이너리티 리포트?220
: 살인으로 이룬 살인 없는 세상
/ 세상의 끝에서 희망을 말하다 /
칠드런 오브 맨?232
: 놀이터에서 아이들 소리가 사라졌어요
더 기버?244
: 따뜻한 햇살을 받는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로 전할 수 있을까?
/ 삶과 예술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56
: 푸른 터번의 소녀와 북구의 모나리자
카이로의 붉은 장미?268
: 난 천국에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