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특명! 한물간 록스타 로봇의 머리를 가져와라!
자살이 하고 싶은 록커 로봇과 그를 죽여야만 하는 청소 로봇의
좌충우돌 자살 프로젝트
낡은 로봇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안티오크 양로원. 마약을 밀수하며 살아가는 민수는 온갖 불법 행위가 허용되는 안티오크 양로원이 좋았다. 그야말로 최고의 로봇생이었다. 룸메이트로 ‘티코 드레이코’라는 이상한 록커 로봇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티코는 느닷없이 민수에게 친한 척을 하며 ‘모두 자살을 해야 한다’는 주제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더 끔찍한 것은, 밑도 끝도 없이, 하루 종일, 끝날 기미가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은 민수만의 것이었다. 모두들 한물간 록스타, 티코 드레이코를 사랑했다.
괴상한 노래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민수는 양로원의 대부이자 마피아 보스, 돈 까밀레오를 만나 특명을 부여받는다. “티코의 목을 가져와라.” 평생 잔머리만 굴려오던 민수의 머릿속에, 순간 하나의 퍼즐이 맞춰진다. 바로 ‘티코만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사실. 민수 자신도, 돈 까밀레오도, 심지어 티코까지도.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는 자칫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가볍고 재치 있게 그려낸다. 티코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살을 해야 한다는 그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민수는 돈 까밀레오의 특명을 완수하고, 티코는 자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혀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로봇의 케미를 자랑하며 이야기는 두 로봇의 운명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간다.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아야 하지 않겠어?”
이상하고 유쾌한 모험 속에서 따뜻한 철학을 발견하다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민수는 티코를 양로원 바깥으로 꾀어낸다. 그런데 작전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쉬워 보였던 일이 잔뜩 꼬이고 만다. 티코는 의외로 운이 좋은 로봇이었고 민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티코를 움직이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몇 번의 위기를 겪던 두 로봇의 앞에 뜻밖의 로봇이 등장한다. 바로 민수와 같은 모델의, 어쩌다 사막 한가운데에 파묻히게 된 낡은 청소 로봇이었다. 그 낡은 로봇의 한마디가 민수와 티코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끈다.
“아, 그때가 좋았지. 마구잡이로 벌목하고 나무랑 동식물들을 고온 고압에 압착시켜서 석유를 짜냈거든. 그 석유 위에서 레슬링을 하는 걸 구경하면서 청소했었지. 정말, 그때는 안 닦이는 기름때 청소를 해도 세상 부러울 게 없었는데.”
솔깃한 내용에 모닥불을 바라보던 민수는 고개를 들고서 낡은 로봇에게 되물었다.
“와, 그 귀한 석유로 레슬링을 했다고? 정말로?”
“아니, 그것보다도 로봇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자살도 할 수 있어? 요란하게?”
_P.152~153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심지어 자살까지!) 전설적인 양로원이 존재하다니. 민수와 티코는 정신이 번쩍 든다. 두 로봇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설적인 양로원을 찾아가기로 한다.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는 두 로봇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그리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스스로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면 정말 행복할까?”
합창이 끝이 나기 무섭게 민수는 티코에게 물었다.
“청소 로봇들의 노동요잖아. 이 노래 대체 어디서 들은 거야?”
“음, 감마 센트럴에 사는 청소 로봇들에게서 들었지. 거기서 청소 로봇들이 시위할 때 부르던 곡인데 음색이 좋아서 보관하고 있었어. 나중에 오마주하려고 말이야.”
“넌 이런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야? 막 더러운 노래라든가, 아니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모든 노래는 다 좋은 노래야. 그중에 더더욱 전설적으로 좋은 노래가 있을 뿐이지. 자, 다음 곡 간다.”
_P.149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우리의 자유와 존엄은 어디로 갔지? 우린 철장 안 원숭이나 전시품 따위가 아니야!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정말로 우리를 생각해준다면, 적어도 선택권이라도 줄 수 있는 거 아냐?”
_P.175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과 인간 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불안정한 존재다. 매번 당황스러운 이들과 조우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뜻밖에 마주한 새로운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이상하게 감동적인 이들의 여정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기계에도 영혼이 있다면?
낡은 로봇들이 모인 양로원에 현실을 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자아가 시간이 흘러 늙어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 책의 저자 클레이븐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에게나 로봇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세계는 고령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쓸모를 다한 인간은, 로봇은 어디로 가는가?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할까? 이 질문은 록스타 로봇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닿아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록커 로봇이 과연 자살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늙거나 낡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 ‘우리에게 그런 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이다. 민수와 티코와 함께하며 앞으로 여러분이 만날 미래를 그린다면 더욱 뜻깊은 모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