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검은 카난Black Canaan」은 하워드의 인종차별적 시각이 여과 없이 드러난 작품인데요. 부두교의 좀비화(노예화)에 대한 백인들 자신의 잠재적 공포가 투영되어 있다고 하죠. 백인 커비 버크너와 흑인 솔 스타크의 대립 구도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가 난무합니다. 흑인을 야만과 포악, 백인을 정의로 규정하는 편협하고 왜곡된 사고방식도 노골적인데요. 「검은 카난」의 이런 논란과 오점은 고딕과 하워드 특유의 호러를 효과적으로 결합했다는 호평을 반감시킵니다.
1930년대 하워드와 러브크래프트가 주고받은 서신에 따르면, 하워드는 미국남부의 전설에 등장하는(실존 인물이라고도 하는) ‘마법사 켈리’를 바탕으로 솔 스타크라는 부두교 주술사를 만들어냈다고 하는데요. 하워드는 이 아이디어를 전하면서 자기보다는 러브크래프트가 작품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죠. 러브크래프트는 이런 하워드에게 직접 써보라고 계속 독려했고요.
하워드는 우여곡절 끝에 처음 원본보다 훨씬 긴 분량의 「검은 카난」을 선보입니다. 뉴올리언스에 있던 커비 버크너는 고향 마을에 위기가 닥쳤다는 경고를 전해 듣습니다. 급히 찾아간 고향은 실제로 혼란과 공포에 빠져 있고 그 중심에 솔 스타크가 있습니다. 마법사 켈리를 반영한 주술사 스타크는 부두교의 중요한 신령이자 창조신인 담발라의 사제입니다. 흑마술로 흑인들을 통제하여 백인들과의 일전을 벌이려고 하는데요. 여기에 ‘담발라의 신부’라는 육감적이고 미스터리한 여인까지 가세하면서 스타크를 제지하려는 버크너는 더 큰 혼란에 빠져듭니다.
스타크가 흑마술로 좀비화한 시체들은 물속에 머무는, 말하자면 수중 좀비인데요. 현대의 좀비들이 대체로 물을 무서워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오늘날의 좀비로 진화하기 이전, 과도기적 특징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책 속에서〉
저자소개
지은이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 Howard)
미국 펄프 잡지의 전성기를 통하여 장르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다. ‘검과 마법’ 장르의 선구자로서 판타지ㆍ호러ㆍ웨스턴ㆍ탐정소설ㆍ복싱(스포츠)ㆍ역사 모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1906년 1월에 텍사스의 작은 마을 피스터(Peaster)에서 태어났다. 하워드의 생애 전반에서 심리적 영향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 어머니 헤스터 하워드는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아 하워드의 일생 대부분 병마와 싸워야했다. 하워드는 시와 소설, 역사, 스포츠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독서뿐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특징은 나중에 소설을 집필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했던 대학 진학과는 달리 하워드는 하워드 페인 상업학교에서 부기 과정을 수료한다. 그 동안에도 창작활동을 계속하여 생애 처음으로 《위어드 테일스》에 고료를 받고 단편 「창과 송곳니」를 팔고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1928년은 하워드에게 뜻 깊은 해였다. 꿈꾸던 전업 작가로의 길이 비로소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하워드는 이 시점부터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위어드 테일스》에서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던 1936년, 서른 살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는 “코난 사가” 시리즈, 『컬』, 『브랜 맥 몬』, 『엘 보락』 시리즈, 『알뮤릭』, 『솔로몬 케인』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미스터고딕 정진영
함께 기획하고 번역하는 팀이다. 미스터 고딕은 생업을 하며 틈틈이 준비해 온 원고들로 전자책을 만들고 있다. 고딕 호러와 러브크래프트를 좋아하지만, 때때로 현실과 일상이 더 공포스럽다고 생각하곤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작가와 작품을 만날 때 특히 기쁘다. 그런 기쁨을 출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진영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들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검은 수녀들』, 『잭 더 리퍼 연대기』, 『코난 도일 호러 걸작선』, 『죽이는 로맨스』, 『광기를 비추는 등대 라이트하우스』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