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가로수 이야기
소설가 박윤선이 등단한 지 8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 신춘문예 당선작인 〈손〉을 비롯,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인 〈야자 가로수 이야기〉는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으로 이사 날 타인의 죽음을 대면한 여자가 그 현장을 갈무리하는 이야기다. 끊임없이 인생의 굴곡에 맞닥뜨리는 운명에 대한 답을 조금씩 얻으며 의지를 다져 가는 과정을 그렸다.
〈사랑스러운〉은 꽃 배달을 하는 노인의 일상을 따라가며 존재를 억누르고 사는 세대의 낯설지 않은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무기력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주어진 한계 안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모습은 대학을 휴학하고 마사지를 하는 〈터치맨〉과 아버지의 연금에 기대는 〈파수〉의 젊은 세대에서도 드러난다.
〈손〉은 교통사고에 휘말린 여자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오랜 원죄 의식이 드러나며 삶을 이끈 실체를 비로소 확인하는 내용이다.
소설집 《야자 가로수 이야기》에서 죽음은 중요한 모티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부터 떠오르는 삶에 천착한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그들이 붙잡는 생명 줄은 타인이다.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바로 그것이었다고 소설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