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춤
박한자 시인은 스스로를 일러 “늦공부 시작한 나”(「카페에서」)라고 말하지만, 팔순을 앞둔 연세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시를 향한 열정이 높고 뜨겁다. 그 열정이 시인에게 시업을 위한 “솔개의 눈과/ 낙타의 다리”(「대보름」)를 갖게 해 준 듯하다. 이 시집에는 “낙동강 같이/ 그렇게 긴긴 세월”(「귀」)이 담겨 있다. 시인은 기억의 망막에 남아 있는 풍경들을 가만가만하게 불러낸다. 그 풍경을 시인과 함께 마주하는 시간이 푸근하다. 이 시집에는 후부드러운 서정도 담겨 있다. 특히 잔잔한 위트가 움직인다. 위트를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인색하고 비좁은 땅이 되겠는가. 박한자 시인이 빗줄기가 후려치는 밤의 정경을 “가로등도 두려워/ 빛이 흔들린다”(「불면不眠의 밤」)라고 쓰거나 노모를 “잇몸 뿐인/ 어머니”(「어머니께 드려야지」)라고 곧바로 말하듯이 표현할 때 세월을 타지 않은, 시인의 맑은 심안을 만나게 된다.
―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