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정지돈의 첫 장편소설. '눈먼 부엉이'로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건축이냐 혁명이냐'로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창백한 말'로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2016년 펴낸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에서 활달한 지성과 독특한 위트를 보여준 그는 첫 장편소설을 통해 근미래의 한반도를 그려 보인다.
총기소지 합법화로 총격전이 일상화된 2063년의 한반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미국과 일본 등이 가라앉자 각국의 난민들이 몰려오고, 중앙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지방은 무정부상태가 된다. 위험한 도시의 버스 운전기사인 '짐'은 '안드레아'로부터 사람을 한 명 태우고 옌지까지 가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남파 간첩으로 네 개의 국적을 가지고 열한 개 국어를 사용하는 '무하마드 깐수'다. 돈이 필요한 짐은 129세의 거동이 불편한 무하마드를 차에 태우고 안드레아와 함께 북을 통해 국경을 넘고자 한다. 평양은 과거에 만들어진 미래의 도시처럼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짐 일행은 검문소를 통과하려던 찰나 무장한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류경호텔에 갇힌다. 테러리스트의 배후로 지목되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류경호텔은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을 목표로 착공됐지만 자금 부족으로 완성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평양 시내를 지켜오다가 이제는 난민들의 수용소로 사용되고 있다. 짐은 무슨 일에 연루된 것인지 깨닫지 못한 채 곧 풀려나리라 기대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이주국 직원이자 '노 모어 건스'의 비밀 활동가인 '보리'는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