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윤태진 작가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앙을 선고받은 심정을 그 다섯 단계로 묘사한다. 칫솔, 택배 박스, 모자, 가로등, 장난감…. 우리 주변의 모든 구체적인 사물들이 멸망과 긴밀히 이어져 있고, 그 연결을 인식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책의 ‘독설’은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하다. 다가오는 멸망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고 일깨우는 동시에 무너지지 말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다고 다독여준다. ? 장강명,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작가
작가가 내 머릿속을 글로 쓴 것 같아서 읽으면서 내내 괴로웠다. 동네 안경점에도 폐수 처리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이 작은 위안…이 되기엔 너무 작아서 별로 위안이 안 된다. 환경 파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와 기업의 마케팅 작전이 지나치게 효율적으로 진화해버렸다. 어차피 멸망할 거, 다른 생물종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인간만 얌전히 멸망할 수 있도록 작가와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자. 안 망하면 더 좋지만. ? 정보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작가
‘해냈어요, 멸망’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아는 윤태진 작가는 언제나 무엇이든 진심으로 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목을 ‘(우리가) 해냈어요, 멸망(하지 않기를)’이라고 바꿔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는 작고 미약한 개인들이지만 모두 조금씩 노력해 이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열망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일상에서의 실천을 기꺼이 함께 시작하고 싶다.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작가
쇼펜하우어보다 더한 염세주의자, 인류 멸망을 선언하다!
“모든 희망은 틀렸다. 우리 인간에게 남은 건, 멸망뿐!”
언행불일치 현대인을 향한 어느 염세주의자의 뼈 때리는 일침! 입으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 그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지구인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감 가득 일상 에세이.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를 유지하는 저자는 우리가 남들 몰래 꼭꼭 숨겨둔 부끄러운 속마음과 행동을 CCTV로 관찰한 듯 생생하게 포착하고, 콩트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유쾌하게 그려낸다. 지구를 걱정하며 일회용품 대신 영영 썩지 않을 텀블러를 집에 쌓아둔 사람이라면 ‘마침내 멸망’이라는 은근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이 도발적인 인류 멸망 선언기를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소개
윤태진
1980년 출생. 오래전 한 역술가가 역마살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았음. 언론사와 여러 기업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하는 일을 해왔고, 심지어 여행사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함.
정착하지 못하는 운명 탓인지 한때는 영화감독을, 또 언젠가는 소설가를 꿈꾸며 도전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현재는 회사원으로 온갖 글을 쓰며 미련을 놓지 못하는 중. 등단은 포기하고 웹소설 작가가 되겠다며 스릴러를 연재했지만 다소 잔인하다는 주의와 경고로 좌절하고 방치. 컴퓨터 안에만 남은 소설들을 혼자 들춰보며 때로는 키득거리고, 또 때로는 눈물짓는 중.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더 즐겨 보고 그것도 모자라 게임까지 즐기는 자칭 ‘전문 콘텐츠 소비가’의 삶을 지향하는 중. 저서로는 《책상 엿보기》가 있음.
목차
프롤로그: 지구,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부정: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멸망이?
텀블러 ? 남들보다 조금 일찍 포기하는 마음
휴대폰 ? 모든 낡은 것은 슬프다
칫솔 ?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안경 ? 갖고 싶을 줄 알았던 물건의 덫
약 ?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들
옷 ? 옷은 옷을 만나 옷을 낳고, 옷장은 그렇게도 뜨겁게 부푼다
물건의 최후 ? 잘 가라고 해놓고선, 잘 간다고 해놓고선
분노: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구나!
온라인 쇼핑몰 ? 대기업의 달콤한 낚시질
택배 박스 - (광고) 돈 안 쓰는 방법!
자전거 ? 누구나 계획이 있다, 구매 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우산 ? 비가 내리고 우산은 늘어나고
쓰레기통 ? 작고 허름한 쓰레기들의 여관
REC 마지막 기록 ? 하나 둘 셋, 마이크 테스트. 이건… 마지막 기록이다
타협: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화분 ? 사라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
신발 ? 밑창이 닳아버린 오래된 녀석
모자 ? 물건에 대한 집요함? 아니 애틋함
책 ?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 끈질긴 녀석
게임기 ? 물건이 주는 즐거움
중고마켓 ? 뜻밖의 지구 지킴이
나 ? 하루하루 늙어가고 사라져가는
우울: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돈 ? 살면서 가장 갖고 싶은 것
명품 ? 유행의 선도를 부탁해
건물 ? 애타게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너
자동차 ? 이왕이면 더 좋은 것으로
가로등 ? 보고 싶은 노랑이에게
유리병 ? 1만 년 후의 미래에서 만난 유리병 씨
수용: 어차피 멸망
장난감 ? 내 인생 첫 소유욕
색연필 ? 책상을 가득 채운 색색의 욕망
6mm테이프 ?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인가
스노우 글로브 ? 찬란한 기억도 낡아가고
사진첩 ? 아마도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을
메타버스 ? 망가진 지구에서 벗어날 새로운 방법
에필로그: 아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지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