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섬
아무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
도깨비에 현혹되는 순간,
눈과 귀를 잃고 짐승의 탈을 쓰게 되리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오컬트와 스릴러 그리고 미스터리를 오가며 독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사로잡는다. 놀라울 정도로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치밀한 묘사,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서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작가는 섬 하나를 배경에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능숙한 솜씨로 풀어낸다. 감히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이며 강렬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나는 작가의 전작을 모조리 찾아 읽을 생각이다. 배준이라는 이야기꾼에게서 새로 탄생한 이 놀라운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 전건우(소설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유령, 악마 등을 다루는 장르가 ‘오컬트’로 불리기 시작한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온전히 막을 수 없는 ‘신’과 그 ‘신’을 모시는 인간의 세계를 엿보는 일이란 어려우며, 때로는 그 참상이 너무나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에서 지금처럼 ‘오컬트’ 소설을 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장르가 연상하는 보편적 이미지가 지극히 미국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공포/호러 소설이 ‘혼’ ‘악령’ 같은 것보다 ‘귀신’에 가깝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무속 또는 민속신앙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해짐에 따라, ‘오컬트’ 장르에 요구되는 복잡한 이해보다 생경한 장르가 주는 신선한 재미가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K-오컬트의 부흥을 이어갈 역작이 탄생했다. 배준 작가의 장편소설 『도깨비섬: 역신의 제단』은 도깨비를 ‘요괴’가 아닌 ‘신’으로 모시는 어느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신’의 두 얼굴이 선사할 예상치 못한 반전과 입체적인 캐릭터, 잠깐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서스펜스로 오컬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한 번 싹튼 신에 대한 ‘의심’이 부딪혔을 때 들이닥칠 재앙이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펼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