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장, 아무데나 펼쳐봐
대학에 막 입학 했을 때, 철없는 새내기로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는 듯 마음이 들고 날뛰었다. 그때 친구와 서로 일기장 읽어주기를 했다. 아무 날짜나 말하면 그 날짜 일기를 읽어주는 것이었다. 지나간 날들을 꺼내어 타인 앞에서 읽으며, 나 자신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무작위로 펼쳐진 어떤 날은 부끄러워 읽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그때의 기억이 이 글을 쓰게 했고 또 책으로 만들게 했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해에 블로그에 쓴 100일간의 일기이다. 대략 세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마음이 요동치는 여러 일을 겪었다. 마음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100일. 미래의 내가 아무 날이나 불러 읽어볼 수 있게 책으로 만들어 본다.
이 시기 나에게 우울이 찾아왔다. 세상에서 나 자신이 제일 소중한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나 자신 이외의 것들에는 이기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다시 일으키려고 글을 썼던 것이다. 쑥과 마늘을 먹듯 100일 간 글을 쓰고 글씨를 쓰니 회복되었다. 이 글이 미래의 나도 또 지금의 당신도 일으켜 주길 희망해 본다.
아무 날이나 펼쳐 읽어보세요.
마음에 닿는 문장 하나 있다면 제가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