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옛날 영국 서남부 웨일스의 앵글시 섬 모나의 어느 맑은 샘물이 솟는 계곡으로 요정 여왕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요정 여왕은 근처 마을의 인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오라고 부하 요정들을 보낸다.
이 마을에는 오래 전 호기심 많은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우연히 〈흑마법〉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마법의 세계에 눈을 뜬 소녀는 마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 악마는 이런 소녀의 호기심을 이용해 무서운 계약을 한다. 세월이 흐른 후 소녀는 사악한 늙은 마녀가 되어 버린다. 마녀의 저주로 마을 사람들은 각종 병에 시달려 고통스러워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요정 여왕은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평생 악행을 일삼은 마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 요정들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악령들의 등장과 대결은 마치 지브리 걸작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생한 긴장감을 보여주다.
〈델의 마녀와 요정들〉은 영국의 저명한 저술가 P.H. 에머슨이 웨일스의 신비로운 섬 앵글시에 머무는 동안 지역 주민들로부터 전해오는 현지 요정 이야기를 듣고 쓴 것이다.
보통 유럽 민담에서 요정은 장난꾸러기 정도로만 나올 때가 많다. 그러나 요정의 존재가 등장한 뿌리라 할 고대 켈트 민담 흔적이 남아 있는 웨일스 전통 속 요정은 마녀나 악마의 저주에서 오히려 인간을 지켜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함께 수록된 〈겔러트 이야기〉 〈웨일스인의 기원〉 역시 웨일스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이야기다. 〈웨일스의 기원〉에서는 영국에 제일 처음 정착한 고대인 후손이라는 웨일스인과 그들보다 더 오래된 요정들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지역 전승을 엿볼 수 있다.
〈겔러트 이야기〉는 웨일스 왕국이 영국 섬 전체에서 가장 강한 잉글랜드 왕국에 흡수되기 전 마지막 웨일스 왕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다. 오늘날에도 영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웨일스를 들르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봐야 할 장소로 꼽히는 곳도 이 겔러트 전설과 관련된 동상이 있는 곳이다.
저자소개
- P.H. 에머슨
피터 헨리 에머슨(Peter Henry Emerson)은 다양한 책을 쓴 작가이자 저명한 사진 작가다. 1856년 5월 13일 쿠바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과 먼 친척이다.
에머슨의 아버지는 쿠바에 사탕수수 농장을 가진 부자였다. 어린 피터 헨리는 이곳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가서 델라웨어에서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가 만 13세였던 1869년,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교육을 받았다. 그는 크랜리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문과 스포츠 양쪽에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1885년 명문 케임브리지 클레어 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에머슨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고, 자신의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를 열망해 평생에 걸쳐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는 신혼여행 중에 첫 번째 책을 쓸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자랑했다.
1891년부터 1892년까지 그는 영국 서남부 웨일스의 앵글시 섬에 머물렀다. 앵글시는 영국에 제일 먼저 정착한 고대 켈트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수수께끼 같은 고대 유적도 많이 남아 있고, 자연 풍광도 신비하다. 본토 주민이 쓰는 말도 영어와 전혀 다르다. 기독교 문명 세력이 영국 전역을 장악하며 거의 사라진 켈트 신화 요소도 희미하지만 곳곳에 남아 있다.
에머슨은 이런 이질적인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앵글시에서 면면히 전해지는 드루이드, 즉 켈트 사제와 요정, 마녀와 거인, 난쟁이 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듣고, 이를 모아 〈웨일스 요정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델의 마녀와 요정들〉은 이 책에 수록된 지역 전승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독특한 고대 켈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로 꼽힌다.
그는 의학자 출신이기도 하거니와, 당시 최첨단 기술이던 사진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사진 작가로서도 매우 뛰어난 역량과 업적을 남겼다.
그의 이런 과학적, 객관적 태도는 그가 앵글시 섬에서 오랜 요정 전설을 기록하는 데도 충실히 반영됐다. 그는 저자 후기에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에게 들은 내용에 편집을 가하지 않았다'고 썼다.
에머슨의 이러한 집필 철학 덕에, 거미줄처럼 희미하게 이어지며 남아 있던 오래된 켈트 사회의 면모들 - 요정들의 역할, 마녀 등에 대한 관점과 더불어 고대의 선과 악, 치유와 통합의 중요성 등 - 에 대해 독자들도 선입견 없이 접할 수 있다.
에머슨은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연구와 집필을 계속해 원고를 완성했으며, 80세 생일을 하루 앞둔 1936년 5월 12일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