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의 근원적 영향력을 믿는다
김금용(동국문학인회 회장)
음력 12월에 피는 납매臘梅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영하권의 추위를 견디고 눈 속에서 피어나는 설매여서인지 향기가 나를 휩싸고 내 뒷등을 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금의 문학도 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쟁에 지치고, 황금만능주의에 설 곳 없어진 현대인들의 상처 난 눈과 귀를 씻겨주는 것이 문학의 출발이다. 견딤과 기다림 없이, 삶의 애환이나 우여곡절 없이는 작은 들꽃 하나도 피어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한국인들 모두에게 특히 가난한 문인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펜을 든 손에 힘을 준다. 인문학의 위기설이 나도는 작금에 돈이 되지 않는 문학은, 역사는, 철학은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선 소외당하기 쉽지만, 긴 겨울을 나는 중이라고 다독이게 된다. 우리네 삶 깊숙이 뿌리박은 인문학, 무엇보다 문학의 영향력을 다시금 일깨운다.
현재도 끊임없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의 전쟁과 갈등, 민주 발전의 반세기가 지난 우리에게 뜬금없이 나타난 비상 계엄의 황당함과 그에 대한 성찰 등 최근 이러한 어이없는 세태를 보면, 삶의 지표와 방향을 보여주며 정신적 치유를 제공하는 건 역시 인문학이며 문학임이 틀림없다. 이에 우리 동국문학인은 심리치료사를 자처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반딧불이가 된다는 신념을 다시금 다져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지난 3년간 『동국시집』은 매해 더 늘어가는 작품 수에, 특히 젊은 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나름 도약을 위한 조그만 기틀을 마련하였다. 회원님들의 긍정적인 격려와 반응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그만큼 『동국시집』은 반세기가 넘도록 흔들림 없는 뿌리로 탄탄하게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더 젊게 도전적이고도 용기 있게 곪고 있는 사회를, 정치를, 전쟁 없는 평화 시대를 모색하고, 그 근본에 깔린 인류애를 끌어올리는 일에 보다 정진해 보자는 각오를 갖게 된다.
부디 감상적, 낭만적인 삶의 제시만이 아니라 사회 고발적 비판의 눈과 병든 사회를 치료하는 데에도 앞장설 수 있는 눈빛이 살아있고, 귀가 열린 ‘동국문학인’이면 더욱 좋겠다.
목차
여는 글 | 문학의 근원적 영향력을 믿는다 | 김금용(동국문학인회 회장)
제37회 동국문학상
박소란 시집 『수옥』
심사평 | 홍신선, 곽효환, 박혜경
수상소감 | 박소란
수상작 | 공작
강경애 | 유리에게도 생은 있다
강상윤 | 죽음
강서일 | 얼음오리
강영은 | 남겨진 자
고명수 | 전복서리
고영섭 | 말랑말랑한 뇌
공광규 | 꽃잎 한 장
김금용 | 적혈마
김미연 | 부엌 모서리에 기댄 밤
김밝은 | 발라드 오브 해남 1
김보화 | 나팔꽃
김상미 | 쉰두 살의 풍경화
김서희 | 엇박자
김선아 | 사춘기
김애숙 | 플라타너스
김운향 | 독도 사랑
김윤숭 | 잘난 사람은
김윤하 | 오후 3시 13분과 17분 사이
김인수 | 내 마음의 문풍지
김정웅 | 新作路에서
김진명 | 숨, 그리고 그 너머
김창범 | 저녁에
김창희 | 달달한 방점
김현지 |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남현지 | 눈
동시영 | 깨진 것은 0의 것
리 산 | 빈롱의 저녁
문봉선 | 만년필 씨 귀하
문정희 |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문효치 | 길
박미출 | 기수역汽水域으로
박법문 | 구름과 나
박종일 | 도깨비사랑
박진호 | 대한민국 독립 만세
박판식 | 먹구름의 앵무새
서정란 | 2024. 가을
심봉구 | 계곡송溪谷頌
염은초 | 아들 소식
우정연 | 와온 낙조
유계영 | 새로운 기쁨
?유병란 | 파도를 건너다니는 말
윤고방 | 결코
윤유나 |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치를 보러 가고 싶으세요?
윤재웅 | 붓다의 일대기를 쓰다가 문득 얻은 구절
윤 효 | 한국정신사
은이정 | 깍둑썰기
이경철 | 석양의 네잎클로버
이 령 | 하관下棺
이서연 | 아드리아해의 밤을 거닐다
이선녀 | 햇살 한 모금 먹고 갑니다
이순희 | 어비魚飛
이어진 | 커지는 귀
이연숙 | 그때 고리를 잠그지 않았다
이영경 | 얼음 조각상 석가모니
이용하 | 고래에게
이윤학 | 소국小菊
이혜선 | 길 위에서 1
이희경 | 반달
임보선 | 마음
임정숙 | 이별 여행
정민나 | 그리운 분수
정숙자 | 길에 대한 리서치
정우림 | 구름이 들려주는 시
정윤서 | 헤이리
정일주 | 할무니
정지윤 | 매트릭스
정희성 | 중섭의 소
조미경 | 화려한 가을은 지고
조병무 | 밤꽃향
주선미 | 기억을 닦으면 별이 뜰까
주원규 | 포도알들이 송알송알
지연희 | 숨결
차옥혜 | 길은 사람들 속에
최민초 | 팬티 브라자
최병호 | 청음실
최승철 | 마른 형광펜
최영록 | 꾸밈없다고 꿈이 없나?
최 원 | 속초에서
한백양 | 바깥의 마음
허진석 | 별이 빛나는 밤
홍신선 | 모루는 내 안에도 있다
황사라 | 우물과 맨드라미
휘 민 | 비인칭
〈산문〉
박인걸 | 얼굴
신상성 | AI 창작대행 시대
유혜자 | 아버지의 붉은 자고새
이명지 | 나를 사로잡은 문장
이상문 | 강민의 사랑법
이신백 | 궁중식 동치미 상큼한 그 맛!
이흥수 | 유월의 하루
임순월 | 키스는 詩다
허정자 | 명강의
〈꽁트〉
이은집 | 반려견이 남편보다 좋다?!
수록문인 약력
동국문학인회 역대 회장
동국문학인상, 동국문학상 역대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