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사육
<영세보육원>에 수용되어 있는 오십여 원아들치고, 이 보육원이란 것을 맨 처음 창안해 낸 그 어느 작자를 저주하지 않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도대체가 우리들이 기원하여 마지 않았던 것은 과자상자를 안고 오지 않아도 좋고,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니라는 개뼈다귀 같은 성경말씀 듣지 않아도 좋으며 돼지 모가지 따는 소리로 짖어대는 찬송가 안 들어도 좋으니 제발 그 위로 방문 따위 좀 멈추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적어도 사흘 전부터 우리들은 그 늑대에게 이리 몰리고 저리 쫓기며 옷을 빨아 입는다, 대가리를 깎는다, 뒤꼍을 청소한다, 화단을 새로 가꾼다는 식의 철야작업에 몰려 괴롭힘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원장이 오십 명의 원아들을 다 제쳐놓고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해서 시방 캴캴 웃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갑자기 찬물에 온몸을 담근 놈처럼 뻣뻣해져 서 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연방 날 보고 웃고만 있던 원장 놈이 옆으로 돌아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원장 건너편 의자에 한 여자가 댕그라니 앉아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 사십대의 여자는, 적당히 살이 찐 볼따구니에 엷은 홍조를 띠고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어요. 나는 시방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단박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