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마더〉의 봉준호,〈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홍상수 등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의 내밀하고 특별한 인터뷰
“이 글들은 길고 긴 대화를 통해 구성한 감독론이며,
오늘의 한국영화에 대한 연애편지다.”
〈마더〉의 봉준호,〈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홍상수 등
바로‘그’영화를 만든 사람들과의 내밀하고 특별한 인터뷰
이동진 영화 전문기자가 2년 전부터 진행하여 발표하고 있는 ‘부메랑 인터뷰’는 우선 그 형식이 독특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들을 만나 그 감독의 영화 속 대사들에서 끌어낸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인데 예를 들면〈잘 알지도 못하면서〉중 “이름이 뭐예요?”라는 대사를 빌려 홍상수 감독에게 영화 속 인물들의 작명 방식을 묻는 식이다. 이를 위해 이동진 기자는 감독들의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다시 보고 인터뷰에 임하며 평균 10여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가 원고지 3,000매가 넘는 분량의 글로 탄생했다.
이렇게 신작뿐만 아니라 한 감독의 데뷔작, 문제작 등 전작을 다루며 감독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보는 ‘부메랑 인터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오랜 작업의 첫 번째 결실이 될《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은〈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홍상수,〈마더〉의 봉준호,〈다찌마와 리〉의 류승완,〈쌍화점〉의 유하,〈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등 현재 우리 영화계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대표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 책에 담긴 인터뷰들은 단지 질문과 답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열광을 끌어냈던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감독이 숨겨놓은 의미 등을 알게 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한, 새로운 형식의 ‘감독론’이다.
“나는 여전히 영화에 매혹된다”
삶과 영화에 대한 감독들의 내밀한 고백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전후에는 여러 매체에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가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내용은 홍보를 위한 칭찬 일색이며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이동진 기자의 ‘부메랑 인터뷰’는 당시의 흥행작이나 신작에 대한 인터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독의 영화관(映畵觀)이나 어떤 장면을 구성한 의도,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 시작은 영화와 감독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감독들이 발표한 모든 장편영화를 꼼꼼하게 반복해서 보며 상당량의 대사를 질문으로 바꾸어 다시 감독들에게 던지는 ‘부메랑’ 인터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질문에 답하는 감독들 역시 자신의 영화 속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때로는 밤이 깊도록 계속된 이 만남에 대해 이동진 기자는, “준비를 단단히 한 뒤 감독과 마주 앉으면, 한 번의 인터뷰에만 통상 10여 시간이 소요되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욕심이 났고 또 갈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는 가장 주관적인 인터뷰와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동진 기자는 다작(多作)을 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발명한 홍상수 감독의 다음 영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고백하는 한편,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기대한다. 또 류승완 감독에게서 ‘과잉의 미학’이라는 흥미로운 점을 찾아내고, 유하 감독의 ?천湧?함께 인용하여 그의 창작력이 어떻게 분출되고 있는가를 듣는다. 임순례 감독에게서는 함께 울어주는 따뜻함을 찾아내고 김태용 감독을 만나고 난 후에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영화를 만들었구나’ 감탄하기도 한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에는 그동안 발표했던 리뷰들을 새로 고쳐 썼으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마더〉등 최신작에 대한 리뷰도 실어 감독과 작품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한편 이동진 기자가 인터뷰이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다. 10년 동안 함께 영화기자로 활동하며 지켜본〈씨네21〉의 김혜리 기자가 ‘성실한 형식주의자’ 이동진 기자를 인터뷰한 글을 책 말미에 실었다.
“무엇보다 고마운 분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내주고, 최상의 이야기를 들려준 감독들이었다. 부메랑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그들은 영화적으로 내가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두터운 노동의 시간을 뿌듯한 심정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나는 이 글들을 단지 인터뷰 기록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것은 길고 긴 대화를 통해 구성한 감독론이며, 오늘의 한국영화에 대한 연애편지(라고 믿는)다. 이 작업을 통해 한국영화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
나는 시간의 질보다는 양을 더 신뢰한다(짧은 순간의 강렬한 에너지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던 흔적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제 이 두꺼운 책을 읽느라 이곳에 쓰게 될 당신의 짧지 않은 시간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메랑 인터뷰를 시작하며〉중 본문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