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희망 없는 삶의 미로를 헤매는 아이들…자신의 생일날 죽음을 기다린 피노 풀리시 신부의 이야기“만일 지옥에서 태어났다면 지옥이 아닌 것의 한 조각을 봐야 해.그래야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지.” _피노 풀리시 신부이탈리아의 젊은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알레산드로 다베니아의 첫 한국어판 소설이 출간되었다. 2010년에 처음 발표한 ??우유처럼 하얀, 피처럼 빨간(Bianca come il latte, rossa come il sanque)??은 21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2년에는 동명의 영화(지아코모 캄피오티 감독, 2013년 개봉)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출간한 ??아무도 모르는 것들(Cose che nessuno sa)??은 데뷔작과 함께 함께 이탈리아 소설 베스트셀러 10위권에 3년간 머물며 이탈리아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렸다.알레산드로 다베니아의 세 번째 노작인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1993년의 비극적인 여름이 모티브가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항구도시 팔레르모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브란카치오는 마피아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 사람들을 가난과 무지의 늪으로 내몰고 아이들은 길거리를 떠돌며 작은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전 해인 1992년에는 시칠리아에서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그의 동료인 보르셀리노 판사가 마피아 조직에 의해 살해되면서 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두 사건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1993년 초에 시칠리아 마피아의 수장인 살바토레 리나를 체포했지만 여전히 마피아의 힘은 권력자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거리와 골목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그러한 지역을, 1만 명이 살고 있지만 중학교 하나 없는 곳을, 아이들의 꿈이 사라진 곳을, 하수 시설과 공원도 없는 곳을 누비는 남자가 있었다. 검은색 바지, 커다란 신발, 와이셔츠와 짙은 파란색 긴 겉옷을 1년 내내 입고 다니는 피노 풀리시 신부. 작가 알레산드로 다베니아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쉰여섯 살로 33년간의 사제 생활, 그리고 고향 동네인 브란카치오로 돌아와 산 지 3년째를 맞고 있다.피노 신부의 눈에 브란카치오는 한마디로 ‘지옥’이다. 정상적인 활동에는 절대 허가를 내주지 않는 관청과의 끝 모를 싸움과 삶을 더럽히고, 상처 입히고, 닫고, 중단시키고, 파괴하는 모든 것, 그리고 차단된 테마 위에서 변이만 가능한 모든 것……. 아름다운 것을 한 조각 만져야만 아름다움을 바랄 수 있다. 지옥은 소망이 들어갈 자리가 이미 다 차버린 곳이다. 그래서 머리를 조아리고 주어진 대로 살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부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햇빛이 찬란하지만 그곳에서 몇 킬로미터 벗어난 곳에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옥이 커가고 있다. 국가는 과거의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마피아에겐 그들의 가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