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레슨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을 세워라.’ ‘수동태를 쓰지 마라.’ ‘독자를 고려하라.’…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이 늘어놓는 뻔한 소리들이다. 이러한 조언들은 우리 머릿속 생각을 종이 위에 쏟아내기 위해 씨름을 하는 과정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모든 글의 존재이유이자, 글에 대한 평가의 최종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독자의 시선’에서 글쓰기의 원리를 하나씩 탐구해 나간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글쓰기의 해법은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다. 언어에서 규칙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문법’밖에 없다. 문법을 잘 안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법보다 높은 수준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 영역을 바로 ‘문체’라고 하며 여기서는 규칙이 아닌 ‘원칙’이 작동한다. 이 책은 총 12개의 레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레슨1부터 레슨7까지는 ‘명확성’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으며, 레슨8부터 레슨 11까지는 ‘우아함’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다.
레슨2와 레슨3에서는 문장의 뼈대가 되는 주어와 동사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여기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원리는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는 행위자를 주어로, 행위를 동사로 표현한 문장을 가장 쉽게 이해한다. 레슨4와 레슨5는 술술 읽히는 글의 비밀을 공개한다. 하나의 문장 안에서도 앞부분과 뒷부분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서 작동하는 기본원리가 바로 ‘정보구조’다. 인간은 누구나 익숙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이해한다. 레슨6와 레슨7은 스토리텔링과 정보구조의 원리를 글 전체로 확장했을 때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준다. 특히 글을 시작하는 서론, 또는 도입부가 왜 중요한지, 글의 ‘일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한 예문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레슨8은 ‘간결’하게 글을 쓰는 방법을 소개하고, 레슨9에서는 ‘긴 문장’을 잘 쓰는 법을 소개한다. 흔히들 문장을 짧게 쓰라고 주장하지만, 짧은 문장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치있는 메시지는 많지 않다. 짧은 문장을 나열하는 것보다 긴 문장 하나를 쓰는 것이 훨씬 명확하다는 것을 다양한 예문을 통해 입증한다. 레슨10에서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우아한 ‘문장의 미학’에 대해 설명한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흔히 글쓰는 재주를 타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훈련방법은 세밀한 구문 ‘분석과 모방’이다. 레슨 11에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 설명한다. 미국에서 가장 잘 쓴 글로 평가받는 독립선언문을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서 진정으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마지막 레슨12에서는 영어의 ‘구두점’ 사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번역자 해제에서는 ‘글쓰기의 역사’, 즉 고대 로마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문체’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재미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물론 영어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어 글쓰기를 배우기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글쓰기의 원칙들은 언어의 경계를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예문들을 모두 문체적 특징이 한국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번역하였으며, 원문의 특징이 한국어번역문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번역자 메모를 달았다. 한국어로 번역된 예문만 읽고도 글쓰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미국의 글쓰기 문화에 혁신을 몰고온 이 책이 한국의 글쓰기 문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