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 새소설 02
“이 소설이야말로 덕업일치의 현장이고 성덕(성공한 덕후)의 길이 아닐까.” 경쾌하지만 불안하고 설레지만 가슴 먹먹한 삼십대 여자 셋의 ‘덕질 라이프’ 201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첫 소설집 『스크류바』를 내며 “삶과 이야기에 대해 고민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 소설가 박사랑의 첫 장편소설 『우주를 담아줘』가 자음과모음의 ‘새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대산창작기금을 수혜받은 작품으로, 선정 당시 “팬덤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이만한 텍스트가 있을까”라는 심사평과 함께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본격 아이돌 소설인 『우주를 담아줘』는 아이돌 덕후인 삼십대 여자 셋, 디디와 ?과 제나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고3 겨울, 처음 만난 셋은 좋아하던 그룹의 팬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실제로 만나자 자연스레 서로를 팬사이트 아이디를 딴 닉네임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디디는 좋아하던 멤버의 이니셜에서, ‘크리스티나’였던 ?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닥터 크리스티나 ?에서, 제나는 ‘언제나mvp’에서 각각 따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이는 서른을 넘어섰고 그럼에도 덕질은 지속되었다! 덕질은 인생의 낙이자 해방구이자 품앗이이므로. 그런데 삼십대 덕질은 어렸을 때와 조금은 다르다. “우리는 티켓팅에 실패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티켓을 살 수 있는 자금력을 갖췄고 국내 공연에 실패하면 해외 공연에 갈 수 있는 행동력까지 갖춘 삼십대 빠순이니까. 누가 인생은 삼십대부터라고 말하던데, 나는 빠순질 역시 삼십대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야 좀 할 만해졌다고나 할까.”(14~15쪽) 『우주를 담아줘』에서는 유쾌하고 발랄한, 현실 웃프고 센 언니들의 재기 넘치는 일상과 수다 잔치가 펼쳐진다. 포도알, 하느님석, 이선좌, 피케팅, 막콘, 덕통사고, 일코, 폼림, 멜림, 사녹…… 등 온갖 덕질 전문용어가 각주로 화려하고 명랑하게 등장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그래서 독자는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작가가 정말로 좋아서 쓰고, 쓰면서 좋아했던 소설이기 때문이리라. 소설가 박사랑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오직 즐겁기 위해서 썼다. 소설이라는 자각도 없이. 누구의 눈에 들려 노력하지 않고, 어디에 발표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썼다. (……) 나를 이루는 것 중 어느 조각은 분명 오빠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나는 감정의 격랑을 온몸으로 안으며 나와 타인과 삶을 배웠다. (……) 2n년차 문학 덕질 중인 내가 소설가가 되어 책을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덕업일치의 현장이고 성덕(성공한 덕후)의 길이 아닐까. 나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소설에 기대고 빚지며 살아가게 될 것 같다.”(‘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