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행 중
“나는 오늘, 직업도 이름도 나이도 없는
나를 만나러 떠난다.”
《종이달》 작가, 가쿠타 미츠요의 공감백배 21개국 청춘 여행기
온갖 걱정을 사서 하느라 여행 시작도 전에 체력이 방전되는 겁쟁이,
의지박약에 포기라면 누구보다 빠른 슈퍼 울트라 방향치.
하지만 헤매서 문제지, 걷는 것만은 누구보다 잘하고,
가고 싶은 곳은 꼭 가보고, 보고 싶은 것은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여행 마니아.
내 얘기인가 싶게 공감 가는 이 여행자는 나오키상 수상작가이자 영화 <종이달>의 원작자로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가쿠타 미츠요다.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으로 에세이스트로서의 매력까지 널리 알려온 작가가 이번에는 읽는 재미 가득한 여행 에세이를 들고 찾아왔다. 그것도 자신이 젊은 날에 했던 여행 이야기를.
가쿠타 미츠요는 초보 작가 시절인 20대 초반부터 여행에 푹 빠져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여행한 국가만 무려 스물 몇 개국, 몇 번씩 방문한 나라까지 합치면 30번이 훌쩍 넘는다.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이른바 ‘나 혼자 여행’을 많이 했고(다른 사람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서), 젊은 시절에 누구나 으레 그렇듯 ‘가난뱅이 백패커’ 스타일을 고수했으며(데뷔는 했지만 원고 청탁이 적어서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었다), 빽빽하게 계획을 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 슬렁슬렁 여유롭게 다니기를 즐겼다(천성이 게을러서?). 이런 식으로 21개국을 여행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저자 특유의 위트 있는 필체 덕분에 각국의 정취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직업도 이름도 나이도 없이 자유롭고 허심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한다. 여행의 묘미란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여행은 자신의 몇 안 되는 순수한 취미라고, 그래서 그 순수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여행 이야기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작가가 도저히 안 쓰고는 배길 수 없어서 쓴 24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행의 의미와 재미를 누구나 새삼스레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잠시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그 여행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행자로 서로 스쳐 지나간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은 손뼉을 치며 공감하고, 여행을 앞둔 사람은 함께 두근두근 설레고, 여행을 당장 떠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은 다음을 기약하며 대리만족하기에 충분한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