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대전 항우와 유방 2권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었던 두 남자의 천하쟁패!
백패 일승의 유방과 백승 일때의 항우가 펼치는 초한지
역사는 진정 승자의 전리품일까. 승자의 역사나 힘 있는 자가 정의라는 말을 한두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승전국이 선이 되고 패전국이 악이 되는 상황을 우리는 역사책 속에서 익히 보아 왔고, 현대에 와서도 힘이 곧 진리가 되는 상황들을 적잖이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얼마나 결과주의적인 생각인가. 또 기나긴 과정을 배제해버린 억지인가.
승리에 이르는 길을 향해가는 처절하고 장엄한 극한의 투쟁을 통해 인류는 변해왔다. 변화가 결과라면 변화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사연들이 과정이다. 이 과정이 곧 역사라면 역사는 그저 단순한 전리품 같은 것이 아니다. 역사는 현장의 역사다. 역사가 저물면 거기 회상이 남는다. 삶의 현장이란 단순하고 물질적인 무언가가 될 수 없다. 그 안에는 아픔과 고달픔, 기쁨과 행복,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꿈들이 버무려져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문명이라고 하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보편적 체계와 기술이 중점적으로 발생한 장소가 있었던 듯하다. 문명이란 다양한 이질적 요소가 모여, 판이한 것들이 도가니 속에서 서로 융화할 수 있는 조건을 지닌 장소에서 발생한다. 옛 중국 대륙은 그러한 장소의 하나였다. 이곳에는 갖가지 생활양식을 지닌 주변 민족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들었고, 그에 따라 각 민족 간의 교류나 화합 또는 전쟁을 통해 새로운 생활양식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중국 대륙에 문명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은 앞서 말한 ‘역사’와 같다. 시간을 타고 당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칼을 맞댄다. 난세가 되고 사상들이 난무한다. 강물이 피를 머금고 흘러가다보면 어느 샌가 대지는 또 비옥해지고 세상도 평화로워진다. 인간들은 새로운 나라나 통치제도,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 간다.
이러한 세상의 흐름과 모습들은 역사서에 기록되고, 한 편의 장황한 이야기로도 전해진다. 끊임없는 관심 속에 또 다른 시선으로 다른 모습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로 변해 나타나기도 한다. 『삼국지』나 『수호지』, 『초한지』의 주인공들은 현대에서도 재조명되며 새롭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흘러오고 흘러갈 뿐인 흔한 사연들, 역사의 풍운 속에 던져진 개인과 그 개인이 새겨 넣는 역사의 눈금들. 그것들을 뒤로 한 채 살아 있는 사람들이 경건한 문자의 향불을 피워 올린다. 전쟁은 정적을 낳고 고성(古城)도 망각의 바람에 풍화되어 날아가지만 글이 남아 읽는 이로 하여금 숙연히 인간의 본질과 역사를 생각게 할 것이다.
끝없이 야심을 불태우며 영토를 넓히는 영웅들은 이제 없다. 전형적 남성성을 띤 ‘항우’ 와 ‘유방’ 이라는 영웅들은, 21세기의 우리들에겐 아득히도 멀다. 그러나 확연하게 역사에 한 획 한 획을 아로새기는 것이 보였던 그 때의 영웅들, 사람들에게 우리는 향수를 느낀다. 이들을 보며 과연 나는 역사의 음지에 그치는가, 무엇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내 삶의 과정은 누군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역사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이 자문자답은 인생의 승기(勝機)를 붙잡는데 절대적인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역사화 된 현장의 불꽃을 새삼 목격하면서 도전과 대응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철학적 전개를 위하여 이 책이 좋은 길잡이의 구실을 감당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