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유리구두
만사태평, 그러나 할 말은 하고 사는 스물여덟 살의 그녀, 윤송화.
우아한 백조생활을 끝내기 위해 면접 보러 간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나온 부장이라는 작자와 대판 싸우고 나왔는데, 결과는 합격!
아니나 다를까, 광고모델처럼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는 악마 같은 부장은 그녀를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지독히도 괴롭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악마가 천사로 돌변했다. 그 이유는?
인간된 도리로 술 벼락에 맞아 생쥐 꼴을 한 그를 차마 버리고 갈 수 없어 모텔에 끌어다 놓은 이 양심이 문제였다.
‘부장님. 제가요, 진짜로 부장님을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고요.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려고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세요. 진짜 딱 십 초만 보고, 도로 철통같이 채워 놓을게요. 네?’
송화는 속으로 그렇게 빌면서 빠르게 와이셔츠의 남은 단추를 다 풀었다.
“……!”
이윽고 송화의 눈앞에 떠오른 복근은 정확히 여섯 개. 소위 식스 팩을 고은소에게서 발견한 송화는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기분이 되었다. 부장님이 양복 속에 이런 보물(?)을 감추고 다녔다니!
그때, 갑자기 거센 힘이 사정없이 품속으로 끌어 당겼다.
“으악!”
너무나 여자답지 못한 비명이 절로 새어나왔다. 송화는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부, 부장님! 왜 이러세요! 잘못했어요! 제가 그러려던 게 아니고요! 꺄악!”
힘껏 밀쳐내려고 했지만 무거운 남자의 팔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녀를 옥죄어 왔다. 잠든 게 아니었단 말이야?
“부장님, 글쎄 제 말씀 좀 들어보시라고요!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