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살인자들
살인은 대개 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특히 그 사회가 소수인종, 성소수자, 난민, 이주자, 경제적 약자 등 이른바 소수자 집단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살인 범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차별당하면서 편견과 증오에 노출되는 집단은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당할 만한 일을 저질렀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법관, 주변 이웃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86차례나 신고 전화를 건 이민자의 도움 요청을 무시한 경찰 등 이 책에 등장하는 권력기관의 행태는 영국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살인은 사회가 품고 있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돈, 사람 또는 애정, 권력 그리고 인정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들은 오늘도 쉼 없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 책에는 총 24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혐오 범죄,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청소년 범죄, 무동기 범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살인 사건 에피소드들이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이 이들 에피소드를 읽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구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가’ ‘판결이 정당하다고 느끼는가 아니면 부당하다고 느끼는가’ ‘이런 일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나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배제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