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용의 대격전
1928년에 쓰여진 신채호의 소설로서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1장 ‘미리님의 나리심’은 조선민중을 비롯한 모든 피압박 민중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깨달음이 나타나 있다. 2장 ‘천궁의 태평연, 반역에 대한 걱정’에서는 민중에 대한 이 같은 착취가 어떻게 가능했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으로서, 억압적인 국가기구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그 중요한 원인으로 등장한다. 지배계의 상징으로 설정된 ‘미리’는 동양사회의 전통 속에서 현실에서의 고통을 보상받기 위한 기원의 대상이다. 그 ‘미리’가 지배계급의 상징으로 설정된 것은 동양 민중의 그같은 미신적 사유를 전복시킴으로써 현사회가 미신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지배계급으로 등장하는 ‘미리’와 ‘상제’는 민중을 착취하고 최고의 향락을 누리다가 민중의 반역에 의해 토우상과 쥐로 변해버린다. 논문투가 채 가셔지지 않았고, 피압박 민중의 각성과 혁명을 그려내기보다 지배계급의 동요와 몰락을 그려내는 부정적 양상을 보이지만, 무정부주의자 동방연맹대회 때 신채호가 작성한 ‘선언문’의 취지 연장선 위에서 민중혁명문학의 구체적 추구로 그 선구성이 입증되는 환상소설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