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에서 안락의자 탐정 시즈카 할머니와 대학생 손녀 마도카가 콤비로 활약했다면, 2편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에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 『안녕, 드뷔시』의 겐타로 할아버지와 시즈카 할머니가 최고령 실버 콤비로 맹활약한다. 전쟁 후 폐허가 된 곳에서 자수성가해 중부 경제계의 걸물이 된 고즈키 겐타로는 경찰 서장에게도 호통을 치는 폭주 기관차 같은 노인이다. 한편 고엔지 시즈카는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고등 법원 판사직을 퇴임한 일본 스무 번째 여성 재판관이다(와타세 경부 시리즈 1편 『테미스의 검』). 이렇게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때로는 대립하면서도 ‘정의’ 앞에서는 결국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각각의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작품의 배경은 시즈카가 판사를 그만두고 손녀 마도카와 함께 살기 전, 한창 초청 강사를 하고 있던 때로,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보다 더 과거의 이야기다. 따라서 『테미스의 검』에서 사건에 휘말려 재판관 자리에서 물러난 시즈카가 손녀 마도카와 살기 전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독자는 시즈카 할머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고즈키 겐타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안녕, 드뷔시』에서는 잠깐 등장했지만 『안녕, 드뷔시 전주곡(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에서 요양보호사 미치코와 티키타카를 보여주며 매력을 한껏 발산했었다. 그랬던 그가 자신보다 연상의 여성이자 전직 재판관인 시즈카 할머니와는 어떤 케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을 읽는 묘미는 수수께끼의 해결,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대활약이다. 캐릭터가 확실한 등장인물이 나오고 그 안에서 여러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설정 속에서 각 사건을 대하는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의 반응과 행동이 재미를 선사한다. 읽다 보면 무례하고 거칠기만 한 폭주 민폐 노인을 어느샌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안하무인 폭주 노인과
정념보다 논리를 중시하는 전직 판사의 명콤비 탄생!
“당신 간병에 위험수당은 기본이에요.”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작가이다.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냈으며, 각각의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짧은 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음악, 경찰, 의료 등 다양한 소재에 도전해 수많은 인기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그의 작품 중 최고령 콤비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이다.
그가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을 쓴 계기는 다음과 같다. 『안녕, 드뷔시 전주곡(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의 ‘폭주 노인’ 겐타로와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에서 안락의자 탐정으로 등장한 시즈카 할머니를 콤비로 등장시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또 현대 사회에서는 독자도 작가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고령의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고령의 주인공을 등장시킨 만큼 장점도 있었다. 바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두 등장인물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고 따라서 다른 소설보다 제약이 적어 작품을 쓸 때 즐거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카야마 시리치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수많은 도시 중 왜 나고야(시즈카는 나고야 법과대학의 초청을 받아 나고야까지 가게 되고, 강연 자리에서 겐타로와 만난다.)를 선택했을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고야는 보수적이고 어떤 의미로는 일본다움이 응축된 마을이지만 도쿄는 어딘지 모르게 겉모습을 우선한다. 그래서 도쿄의 정의와 나고야의 정의는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쇼와 시대에 태어나 전후 폐허에서 식량난을 견뎌내 성공한 당찬 경영자 겐타로와 다이쇼 시대에 태어난 자유로운 시즈카의 특징을 서로 견주어보면서 이야기를 움직여 나갔다고 한다. 태어난 시대, 태어난 곳, 살아온 환경과 직업, 성향이 전부 다른 두 등장인물이 어떻게 합을 맞춰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융통성 없이 법을 내세우는 시즈카를 대담한 행동으로 뒤흔드는 겐타로. 그들의 관계가 점점 우정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