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간의 이야기
10년 전 출간된『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은 누구의 엄마든, 엄마를 구전하는 이야기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한 작은 혁명이었다.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은 낯선 이미지와 생경한 언어들을 조합한 『지큐 코리아』 이충걸 편집장 특유의 미문(美文)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에세이가 되었다.그 후 10년이 흘렀다. 독자들은 책과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그리고 가끔 이 사랑스러운 모자(母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했다. 우리의 엄마가 그렇듯, 조금 더 늙고 조금 더 아프실 엄마와 100년이 흘러도 철들지 않을 것 같은 아들은 어떻게 서로의 삶을 보듬고 있을까….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는 그 마음에 대한 화답이다. 2002년에 나왔던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의 개정증보판으로 ‘지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엄마 병’은 열 가지가 넘게 생기고 아픈 엄마를 업고 응급실에 달려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아들은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에 붙잡혀 울고 있지만은 않았다. 함께 시장에 가고, 텔레비전을 보고, 예쁜 옷을 사드리고, 작아서 못 입겠다 하시면 가차 없이 화를 내며 여전히 곁에 있다.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가 여전히 전개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기록했다.
저자소개
개명한 스타일의 남자를 위한 잡지 「GQ KOREA」의 편집장.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나, 잡지 에디터로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매달 문화 전반에 걸친 강렬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참을성 없어 보이는 캐릭터지만 뜻밖의 사회적 지구력을 보이며, 기사의 룰을 깬 독창적인 문체로 문화 기사 및 인터뷰 기사를 줄기차게 써왔다. 낯선 이미지와 생경한 언어들을 조합한 그만의 독특한, 떄로는 불편한 조임까지 주는 '이충걸적인 글쓰기'로 일군의 마니아에게 찬사와 질투를 동시에 받고 있다.
잡지는 문명이 남긴 수공업 예술의 마지막 형태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쾌활한 보헤미안 기질과 사립학교 고등학생 같은 절제를 모두 지녔다. 또한 그는 물욕의 화신이자 불굴의 쇼핑 애호가이다. 그의 쇼핑 목록에는 스티클리 가구, 그라함 시계, 올라퍼 엘리아슨의 사진 같은 '있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80년대에 만들어진 세신 스테인리스 밥공기와 2천 원짜리 빈티지 넥타이처럼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현대 사회가 시민을 관리하는 방법인, 정치, 경제, 법, 첨단 기술은 이충걸에게 꽤 한가롭게 들린다. 그를 볼 때마다 철이 든다는 건, 결국 사물에 대한 무관심이고 무기력의 완곡한 해석이란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충걸은 흥망성쇠가 지천인 한국 사회 속에서 《GQ KOREA》의 편집장인 채 10년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밖에서의 상상만큼 비범한 외견과 현현한 학식을 자랑하는 인사일 리 없다. 정서가 섬세하고 기질은 나약한데, 자주 예측치를 빗나간다는 특징만 두드러질 뿐.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당대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해를 등지고 놀다』와,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첫 소설집인 『완전히 불완전한』 등이 있다.
목차
머리글_ 엄마가 조금씩 사라진다
#1
고독한 보행자 | 집 고치는 남자 | 털게의 속살 | 성교육 | 달려야 산다 | 상상의 우주
#2
비가 | 엄마 없이 보낸 일주일 | 프랑스 식당의 엄마 | 60년대 여배우 | 엄마는 뚱뚱해서 못 날아 | 검은 구두 | 찰나 속의 영원
#3
영정 사진 |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 | 모래의 열매 | 에어컨 전기료 | 부활절 달걀 | 김치와 꽁치 | 충족되지 않는 욕망
#4
엄마가 갖고 싶은 것 | 엄마 눈이 잘 보였음 좋겠다 | 심인성 우울증 | 취미 따윈 필요치 않아 | 아버지의 롱코트 | 빛나지 않는 졸업장 | 밤새도록 나는 울었네
#5
철들 수 있을까 | 사는 게 즐거워 | 그 옷만은 안 돼요 | 형제의 난 | 달빛은 숙명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 비행기가 날 때마다 | 아무도 앞을 막을 수 없어 | 우리 집의 진짜 주인
#6
된장찌개 하나 먹는 일 | 카레라이스 | 나는 고아가 아니야 | 하얀 면화송이의 행렬 | 아프지 말아요 | 넌 닥터야, 정신과 의사야, 슈퍼맨이야 | 꽃이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