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에 대한 강력한 통찰『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 등을 통해,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주저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번역가 김석희의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동안 몇몇 번역서가 나왔지만, 에리히 프롬의 육성과 숨결을 가장 잘 살려낸 번역본이라 부를 만하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중세 사회의 붕괴로 생겨난 인간의 불안이라는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수백 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인간은물질적 부를 쌓고,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했고, 최근에는 전체주의의 새로운 책동에 맞서 자신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저자 에리히 프롬이 분석하여 보여주려는 것은 근대인이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불안한 인간은 온갖 부류의 독재자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넘겨주거나, 스스로 기계의 작은 톱니가 되어 호의호식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자동인형 같은 인간이 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 문제의 중점은 르네상스 및 종교개혁 이래 인간을 종래의 속박으로부터 해방해온 자유의 원리와 인간에게 고독감과 무력감을 주는 부정적 측면이 서로 얽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데 있다. 그 결과 인간은 자유의 부담을 견디다 못해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희구하게 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자유가 무거운 부담이 되는 곳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나치즘이나 파시즘의 심리적 온상이 존재한다.
저자소개
에리히 프롬은 한평생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 속의 적과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크스로부터 사회 구조의 변혁에 대한 감각을, 프로이트로부터 인간의 심연을 분석하고 해방하려는 의도를 배웠다. 방법론적으로는 '사회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으며 이 3자의 역학관계에 의해 역사와 사회의 변동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숨어있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납득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광기로 가득찬 나치즘을 수용하고 지지한 대중들의 심리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나온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립되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 책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 근대인의 심리적 기반이 나치즘이라는 우상을 수용했음을 밝힌 것이다.
나아가 프롬은 사회심리학적 시각으로 현대인들의 소외의 양상을 유형별로 고찰하고 근대적 세계 속에서 인간이 참다운 자기를 실현하여 가는 길을 찾고자 하였다.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야말로 인간을 소외로 몰고 가는 근본적인 틀임이 거듭 밝혀지고, 이를 넘어서고자 할 때 인간 개인의 내면적 해방과 사회구조의 변혁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프롬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 즉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요 삶의 보람이라는 것이 프롬의 생각이다.
이러한 프롬의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인 것이어서 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제 인식과 방향 설정에 하나의 유효한 도구가 됨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 외 저서로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