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1879년 출간되었으며 입센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형의 집>은 한 여성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과 혼돈, 나아가 자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과 탐구를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은 남편이 그동안 자신을 하나의 인격을 지닌 주체가 아닌 인형이나 장신구처럼 여겨왔다는 점을 깨닫는다. 특히 종교나 사회 규범이 요구하는 아내나 어머니로서의 의무보다 ‘나에 대한 의무’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는 그녀의 행동은 19세기 말 당시 사회에서 몹시 충격적인 주제였으며 희곡 출간과 함께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논쟁을 일으켰다.
근대 사실주의 희곡의 시작이라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극작 기법에서도 파격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1막부터 3막까지 바뀌지 않는 동일한 무대, 꼭 필요한 최소한의 등장인물, 일상의 대화 같은 간결한 대사로 극을 단순하게 구성하면서도 세밀한 지문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