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1
로버트는 마성을 지닌 마왕 같았다.
연주가 시작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을 빼앗겨 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뼛속까지 그의 노예가 된 뒤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아는 그가 만들어 낸 황홀한 늪 속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두려웠다.
영원히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까봐.
CNSM de Paris 피아노과 신입생, 이지아
엉뚱 발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니스커트 중독자.
절대음감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노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천방지축.
그런 그녀가 임자 한 번 제대로 만났다.
“리. 한번만 더 '거지발싸개' 같은 연주를 할 시, 넌 '아웃'이야.”
‘스타 제조기’ 소피아 선생님의 무서운 일침!
“어이, 피아노 지랄같이 치면서 학대할 거면 좀 나와 주지.”
냉소를 날리면 자존심을 짓밟는 로버트까지.
네 잘생긴 외모에 가슴 두근거렸던 거 다 취소야. 두고 봐! 보란 듯이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고 말테니.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심장이 터질 거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