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비 내리는 사막
복수의 끝에 무엇이 남을 것 같으냐고 물었나?
그건 허무하게 흩날려 가는 모래바람 같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 상관없어. 어차피 메마르고 갈라진 사막을 적시는 비 따위 기대하지 않으니까.
태양처럼 뜨거운 심장을 깊은 모래구덩이에 묻어버린 사내, 유샤.
사막이 이렇게 아픈 곳인지 몰랐어요. 먹먹할 만큼 아름답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대로 영원히 몰랐다면 좋지 않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봐요.
그런데 이미 난 숨 막히는 모래바람 한가운데 서있네요.
멈추지 않고 사막을 걸어가는 여자, 엘.
메마른 사막의 장군 유샤와 피할 수 없는 비 같은 엘. 두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