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괴유의
홍건적(紅巾賊) 괴수 장해림(張海林)은 강 부인(康夫人)이 따라 바치는 술을 한숨에 들이키고
“안주를 어째 아니 가져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방 밖에 일상 등대하고 있는 소해가 괴수의 질자배기 깨지는 소리 같은 음성을 듣고 몸을 한번 바르르 떨고는 주방으로 달음질을 쳤다.
장 괴수는 다른 장수와 달라 자기의 직업과는 아주 정반대의 반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어느 절에 소승으로 들어가서 다년 목탁 소리와 풍경 소리 속에서 자라났다. 그러다가 그 절이 어느 해에 산적에게 약탈을 당하여 당우(堂宇)가 불타버린 후에 그 역시 환속을 하여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필경 홍건적 괴수 한 사람이 되고 만 것이었다. -<본문에서>
윤백남은 금융인으로 출발하여 언론인ㆍ연극인ㆍ교육자ㆍ문인ㆍ영화인ㆍ만담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영화계에 선구적 공적을 남겼고 연극인으로서도 초창기에 극단을 주재하고 희곡을 쓰는 등 신파극을 정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계몽주의적·인도주의적 경향을 띠었으며, 또한 경향 소설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역사소설이나 야담류로 흘렀고, 후기에는 본격적인 야담가로 나섰다.
대부분 정사(正史)를 바탕으로 한 숨겨진 역사의 뒷이야기나, 구전설화, 시대를 대표하는 풍자적, 해학적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