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의 결혼식
“당신, 누구예요? 우리가 어떻게 같이 있는 거죠?”
“짜증나려고 하네. 이 집 주인이라잖아.”
서둘러 옷을 입을 것이라는 민우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여전히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 채 꼼짝을 하지 않았다.
“뭐야? 춥단 말이야. 이거 쭈그러진 거 안 보여?”
“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잤나요?”
“보면 몰라? 왜, 설마 처음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
민우는 시트 끝자락을 잡아 당겨 궁색하나마 중요한 부분이라도 감추려 했지만, 여자는 완강하게 움켜쥐고는 놓아 주지 않았다.
잠시 민우와 여자 사이에 팽팽한 눈싸움이 오고가는 사이, 그녀의 얼굴위로 흐릿한 어젯밤의 기억들이 온전하지 않은 조각들처럼 떠오르다 사라졌다. 순간 여자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고, 결국 그녀가 먼저 시선을 내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대단하던데? 난 그렇게 빨리 옷 벗는 여자는 처음 봐. 큭큭.”
“난 기억에 없어요. 그러니까……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럼 우리가 결혼한 것도 기억 못 하겠네?”
“…….”
“하하하. 그럼 우리 2부를 시작해 볼까? 어제 하다가 만 첫날밤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