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대장균에서 맞는 것은 코끼리에게도 맞다”_프랑수아 자코브
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 순간.
현미경으로 세균을 보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세균 없는 세상, 세균 없는 생물학은 존재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생물의 발견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작아서 볼 수 없던 생물을 보게 되면서 자연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었고, 그것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도 보여주었다. 생물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부모와 자식은 왜 서로 닮는지에 대한 힌트도 주었다. 이런 수많은 생물학의 지식과 응용에는 세균을 연구한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를 몇 가지 키워드로 나눠 담아냈다. 미생물학, 그중에서도 세균학의 모든 것을 만들어 온 결정적인 연구를 모았다. “대장균에게 맞는 것은 코끼리에게도 맞다”라는 자크 모노의 말은 미생물 연구가 단지 작은 세균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생명체는 반드시 생명체에서 나온다는 파스퇴르의 발견이 채 200년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컴퓨터의 힘을 빌려 인공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시간의 제약으로 실험할 수 없었던 진화의 미스터리는 생애 주기가 짧은 대장균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그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DNA를 비롯한 유전물질을 찾아내며 거대한 미지의 대륙을 발견한 분자생물학은 PCR과 제한효소, 유전자 가위라는 멋진 도구를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지식과 산업의 영역을 거침없이 열어가고 있다. 세균에서 밝혀진 생명의 원리가 이제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지난 과거와 현재 서 있는 자리, 그리고 앞으로 나갈 미지의 세상이 어디로 뻗어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도 같은 대학에서 받았다. 아시아태평양감염연구재단(APFID) 연구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생 때 문과와 이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참을 고민했는데, 글은 나중에도 쓸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과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 길을 가고 있다. 300편 가까이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세균과 항생제 내성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교양과학을 비롯해 소설, 인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도 틈만 나면 찾아 읽곤 한다. 예전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책 『세균과 사람』을 냈고, 이번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이 두 번째 책이다.
들어가며
네덜란드의 한 포목점에서 시작되다 | 세균에 관한 결정적 연구들
1부 생명 LIFE
1장 모든 생명체에는 부모가 있다 - 루이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
생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 |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 원하는 결과에 맞춘 실험이긴 하지만
2장 인간, 신의 위치를 넘보다 - 크레이그 벤터의 인공 생명체 합성
"빨리 하라. 발견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다 | 자연에 없는 능력을 가진 생물을 만들고 싶다
2부 질병 DISEASE
3장.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다 - 로베르트 코흐의 병원균 최초 발견
피부가 까맣게 썩는 탄저병 | 탄저균이 탄저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하다
4장. 이 병도 세균 때문이라고 - 배리 마셜의 헬리코박터균 발견
보았으나 발견되지 않은 세균 | 발견의 시작 | 거절당한 논문 | 스스로 기니피그가 되어 증명하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발견 이후
3부 치료 THERAPY
5장. 인류, 감염병에 맞설 무기를 갖다 -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곰팡이 주위에 죽어 있는 세균을 보다 | 페니실린 논문에는 무슨 곰팡이인지 나오지 않는다 | 플레밍은 페니실린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 푸른곰팡이와 페니실린의 탄생 신화 | 누가 뭐라 해도, 수많은 생명을 살린 위대한 발견
6장. 새로운 항생제 찾기와 세균 잡는 바이러스 - 킴 루이스의 테익소박틴과 프레더릭 트워트의 파지 요법
새로운 항생제, 테익소박틴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세균 잡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_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하다 | _ 파지의 최초 발견자를 둘러싼 논란 | _ 독성과 부작용이 없는 파지 요법
4부 분류 CLASSIFICATION
7장. 세균을 구별하다 -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의 세균 염색
세균 관찰의 기본이자 분류의 표준 | 세포벽의 두께에 따라 염색이 달라지다 | 단순한 관찰 도구를 넘어 진화적인 생물 구분까지 | 그람 염색법의 원리와 한계 | 세균의 관찰과 분류는 물론 항생제 처방의 필수 정보로
8장. 세균은 한 종류가 아니다 - 칼 우즈의 고세균 발견
"실질적 가치는 거의 없는 연구” | 염기서열을 비교해 생물을 나누어 보자 | 리보솜 RNA는 진화의 시간을 측정하는 분자시계 | '명예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5부 분자생물학 MOLECULAR BIOLOGY
9장. DNA가 유전물질이다 - 오즈월드 에이버리의 형질전환 실험
그리피스의 폐렴구균 실험 | “예측 가능하고 유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 | 100퍼센트 인정받지 못한 연구 | 허시와 체이스의 파지 실험으로 종지부를 찍다
10장. 유전자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프랑수아 자코브와 자크 모노의 오페론 발견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 프랑수아 자코브 |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내다 | '낮의 과학'과 '밤의 과학'
6부 진화 EVOLUTION
11장. 세균에도 성(性)이 있다 - 조슈아 레더버그의 대장균 접합 현상 발견
세균이 유전 정보를 주고 받는 방법들 | "대장균에서 성 활동이 일어난다” | 22살에 이룬 업적으로 받은 노벨상 | 남편 옆에서 빛바랜 에스더 레더버그의 과학적 성취 | 수평적 유전자 전달 현상의 의학적·진화적 의미
12장. 진화를 실험실에서 보여 줄게 - 리처드 렌스키의 대장균 장기 진화 실험
장기 진화 실험의 시작 | 대장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사람은 바뀌어도 연구는 계속된다
7부. 생명공학 BIOENGINEERING
13장. 이젠 너무나도 친숙한 기술, PCR - 케리 멀리스의 PCR 개발과 토머스 브록의 호열성 세균 발견
PCR은 DNA 분자를 증폭한다 | 여자 친구와 드라이브하다 떠오른 아이디어 | 호열성 세균의 발견으로 실험실의 필수 도구가 된 PCR | 잘못 활용된 노벨상의 권위
14장. 세균의 면역 도구가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로 - 해밀턴 스미스의 제한효소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의 크리스퍼
제한효소는 무엇을 ‘제한’한다는 걸까 |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세균에서 찾아낸 제한효소 | 크리스퍼는 세균의 후천 면역 체계 | '크리스퍼'라는 반복 서열의 발견 |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발명'한 유전자 가위
8부. 소통 COMMUNICATIONN
15장. 세균은 서로 소통한다 - 우들런드 헤이스팅스의 쿼럼 센싱
세균이 동시에 빛을 낼 수 있는 이유 | 세균은 어떻게 빛을 내는가 | 쿼럼 센싱이 보여 준 세균의 사회성
16장. 더불어 사는 미생물 - 제프리 고든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미생물과 우리 몸 대사 활동의 상호작용 | 내가 뚱뚱한 게 장내 세균 때문이라니 | 장을 넘어 뇌로 넓혀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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