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안녕
스물아홉 해를 고이 간직한 순결을 닳고 닳은 여우에게 홀라당 뺏겨 버린 김천재.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하고 속이 상해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 복수를 해야 하는데 도대체가 아랫도리 단속이 안 된다. 어찌해야 하나. 이 여자, 보면 볼수록 환장하게 귀여운데. 그냥 이참에 책임지라고 배 깔고 누워 버릴까?
“살 좀 쪄야겠더라. 난 가슴 큰 여자가 좋아.”
얼씨구? 뭐야? 내 가슴은 언제 본 거야? 이쯤 되면 서영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탱글탱글해서 감은 좋은데, 좀 키워봐.”
천재는 서서히 벌어지는 서영의 입술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가는 거야. 나이 서른하나에 놀만큼 놀아봤으니 남자 보기 얼마나 우습겠어.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지.
“들어가. 나중에 전화할게.”
어쭈? 서영은 그녀의 입술에 쪽하니 뽀뽀를 하고 돌아서는 천재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도깨비에 홀린 것 같았다. 원래 저렇게 저돌적이었나? 한참을 걷던 천재가 돌아서더니 서영에게 손을 흔들었다. 화들짝. 서영은 서둘러 계단으로 뛰어 들었다.
‘아줌마. 순진한 총각가지고 장난질 쳤다가는 어떤 사달이 나는지 확실히 가르쳐 주지.’
천재는 가게 안으로 뛰어드는 서영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분히 충동적일 수도 있었다. 사실 첫 경험이 기억이 나지 않아 억울하고 분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앙큼한 고양이처럼 꼬리를 길게 내빼는 그녀의 모습에 화르르 불길이 치솟았다. 당한 거야. 난 서른하나 먹은 요망한 마녀에게 당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