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조각들 2 (완결)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열일곱 살, 여고생이었던 하진에게 있어서 손찬영은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 모든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던 그였기에.
그렇게 한 여름날의 꿈과 같았던 여고시절의 짝사랑은 다 끝이 난 줄 알았다.
스물아홉, 이제 더 이상 하진은 수줍은 여고생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여고시절의 짝사랑 손찬영. 세월은 흘렀지만 변한 건 별로 없었다. 유명 피디인 찬영은 무명의 방송작가인 하진에게 있어서 여전히 다가가기엔 너무 먼 그대였다.
“봉암고등학교 나오셨네요?”
십 년만에 다시 만난 하진에게 찬영이 그녀의 이력서를 손에 든 채 물었다.
“아... 네.....”
“몇 년도에 졸업했어요?”
그 순간 하진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3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3년 내내 줄곧 그만 쳐다봤는데 그의 기억 속에는 강하진이라는 이름이 전혀 남아 있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우리 동창이야. 3년 내내 같은 학교를 다녔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하진은 그럴 수가 없었다. 동창이라는 사실을 밝히기엔 지금 제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유명피디와 그에게 면접을 봐야 하는 무명의 작가... 이 현실이 너무도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보다 일 년 후배네요? 이런 데서 후배를 다 만나다니 반갑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하진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