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40가지 역사적 논쟁!
역사와 논쟁은 결코 종결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연장선에서 또 다른 논쟁에 참여하며 살아갈 뿐이다
광복과 분단, 군사독재와 민주화운동, 신자유주의와 시민운동…
역사의 분수령에서 우리는 어떤 논쟁을 벌였고, 어떤 역사를 선택했는가?
이 책은 사회학자 김호기 교수와 역사학자 박태균 교수가 194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논쟁들을 조명하고 평가한 것이다. 논쟁을 선정한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사회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과 담론에 대한 논쟁이다. 둘째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뤄진 논쟁이다. 셋째는 현재적 의미가 큰 논쟁이다. 이 책에서 다룬 한국 현대사와 논쟁들은 결코 과거로서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고,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책의 제1부에서는 광복, 정부 수립, 분단 체제의 형성과 연관된 논쟁들을 살펴봄으로써 현대 한국의 시공간이 만들어진 계기를 추적한다. 제2부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논쟁들을 돌아보고, 지금까지도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당시 정치·외교·문화·경제의 틀을 되짚어본다. 제3부에선 민주화 시대의 개막과 진전을 알리는 논쟁들을 살펴본다. 광주항쟁의 진실 공방에서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을 둘러싼 논쟁까지를 분석한다. 제4부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논쟁들을 주목한다. 제4부를 이루는 논쟁들은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루는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격하게 공감하거나 정반대의 입장에서 논점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70여 년의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면, 고난의 시기도 있었고 영광의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고난과 영광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늘 논쟁을 통해 쟁점을 분명히 하고, 더 나은 해법을 찾아왔다. 이제 우리 사회 앞에는 새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도전들은 우리 국민을 ‘논쟁의 광장’으로 초대할 것이다. 논쟁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가 ‘걸어온 길’을 성찰한 이 책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모색하는 데 작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항상 새롭게 다시 쓰이며, 따라서 모든 역사적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역사적 논쟁 속에서 살고 있는가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다.” 스페인 태생의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가 남긴 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그 역사에서 행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동시에 이룩한 성취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개인이든 사회든 역사만큼 훌륭한 교사는 없다. 역사적인 논쟁만큼 건강한 사회를 위한 자양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 현대사에서 진행된 논쟁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룬 광복 이후 40개의 논쟁들은 우리 사회가 지나온 길을 성찰하게 하고,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게 하며, 나아갈 방향을 숙고하게 한다.
제1부는 1945년 광복에서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를 다루고 있다. 당시 우리가 어떤 국가와 사회를 만들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매우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를 겪어야 했는지 살펴본다. 남북 분단, 정부 수립, 한국전쟁은 우리 현대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온 역사적 사건들이며, 이를 둘러싼 논쟁들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제2부는 1961년 5·16군사정변과 유신 체제의 시기 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든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지금도 뜨거운 쟁점을 이루고 있는 이슈다. 이 점을 주목해 이 책은 박정희 정부가 정치·경제·교육 정책을 어떻게 추진했고 이 정책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제2부를 읽고 나면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가 어째서 현재까지 길고 짙게 드리워져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사회를 조명해보는 제3부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나날들이었던 민주화시대를 다루고 있다. 광주항쟁, 사회구성체론, 민주화 이행, 북방정책, 신세대,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그리고 분단체제론 등은 민주화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과 개념 그리고 담론을 둘러싸고 진행된 논쟁들을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계속되는 민주화시대를 이해하는 데 작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제4부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사회의 현재를 이루고 있는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햇볕정책에서 수저계급론까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된 논쟁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특히 제4부는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 자신이 논쟁의 당사자들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선 자리와 갈 길에 대한 성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금기시되었던 논쟁들과 정치적인 이유로 변질되어버린 논쟁들:
‘남남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조명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세 가지 흥미로운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첫째는 한때 논쟁거리로 삼는 일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논쟁이고, 둘째는 과거에 종결된 듯 보였던 논쟁이며, 셋째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는 알고도 외면했던 논쟁이다.
먼저 주목할 것은 논쟁으로 삼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던 논쟁이다. 이에 관해선 더글라스 맥아더에 관한 ‘8장 맥아더 재평가 논쟁’이 눈에 띈다. 이 책은 미국 합동참모본부사가 발간한 《한국전쟁》 등의 자료를 통해 ‘중공군의 참전을 부른 섣부른 북진 전략에 맥아더의 책임은 없는가’, ‘전세 판단 착오는 어떻게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대외 군사·외교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는가’와 같은 이슈들을 살펴본다.
과거에 종결된 듯 보였던 논쟁으로는 ‘18장 유신 체제 논쟁’이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와 유신 체제에 대한 논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박정희 정부의 개발독재와 시장 왜곡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 1980년대 초반 한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는가’, ‘경제개발계획의 독재정권(1962~1986)보다 민주화 이후(1987~) 정부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쟁점들을 소개한다.
한편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결국에는 논쟁 자체가 변질된 역사적 논쟁도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5장 친일파 논쟁’, ‘14장 한일 국교정상화 청구권 자금 논쟁’, ‘37장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쟁’을 꼽을 수 있다. 친일파 논쟁의 한 축을 제공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을 둘러싸고 친일 세력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비주류에 의한 청산 작업을 다시금 청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쟁들은 읽는 이의 머리를 뜨겁게 할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엇박자를 낸 이유를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미국 정부의 세계 군사 전략을 조명해본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국정운영과 정부정책에 관한 역사적 논쟁들: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과 복지정책의 문제점과 우리가 나아갈 길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국정운영과 정책에 관한 역사적 논쟁들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저자들은 이와 관련된 여러 논쟁을 제시한 후, 우리 사회가 양분되고 극단적으로 대치함으로써 사회발전이 지체되고 대외적으로 고립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장 북방정책 논쟁’과 ‘33장 햇볕정책 논쟁’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정책 중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했다가 좌초되어버린 국정운영과 그 쟁점들을 다뤄본다. 특히 ‘26장 북방정책’에서는 북한과 NLL 합의를 이뤘던 남북 선언문이 어째서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지 못하고 결국 국회 비준에 실패했는지를 살펴본다. ‘33장 햇볕정책 논쟁’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대북사업과 정책의 투명성 실종 등에 얽힌 한국사회 내부의 갈등과 그에 따른 여러 이슈들을 검토한다.
저자들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과 사회적 논쟁을 재조명한 후, 정책이 정권에 따라 완전히 바뀌고 심지어 한 정부 아래에서도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대북정책은 지지도와 그 평가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양극단을 오가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과거 대북정책의 공과 과를 명확히 짚어보고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정부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복지정책과 균형발전이다. ‘32장 생산적 복지 논쟁’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서유럽의 ‘제3의 길’ 노선을 수용한 과정을 분석한 다음, 외환위기 이후 한국 복지정책을 두고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이다’라는 주장과 ‘국가책임주의를 강화한 정책이다’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이유를 살펴본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복지모델과 성패 여부를 돌아보고, 복지국가로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덧붙여 ‘36장 지역균형발전 논쟁’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불균형발전을 주목하여 정권적 과제를 넘어선 국가적 과제로서의 균형발전을 강조한다.
현대 한국을 관통하는 ‘세대론’과 ‘문화’의 논쟁들:
청년문화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세대갈등의 해결책
한편 이 책은 역사의 물꼬를 바꿨던 사건들뿐 아니라 그 역사의 주체를 이뤘던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들도 담고 있다. 광복 이후 진행된 ‘세대 논쟁’은 그 기원이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10장 전후 문학 세대 논쟁’은 문학계 신·구세대의 대표격인 김동리와 이어령이 벌였던 세대논쟁과 그 의의를 다룬다. 또한 ‘19장 청년문화 논쟁’은 1970년대 청년문화가 ‘탈권위 대항문화였다’는 주장과 ‘퇴폐문화에 불과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살펴본다. ‘27장 신세대 논쟁’은 개인주의·탈권위주의·감성주의·소비주의라는 관점에서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신세대가 우리 현대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였다고 파악한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과 답을 찾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역사 발전이 도전과 응전으로 이뤄지듯, 문화적 성숙은 기성세대의 관성과 이에 맞서는 젊은 세대의 도전을 통해 성취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나아가 바람직한 세대 논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포위되고 속박된 젊음을 기성세대가 먼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 본문 읽기
논쟁이 중요한 것은 논쟁을 통해 쟁점을 분명히 하고 더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0여 년 동안 진행된 논쟁들이 광복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듯, 생산적인 논쟁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두고 앞으로 논쟁들이 더욱 활기차게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전쟁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리됐던 지역과 그러지 못했던 지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범들이 처리된 지역에는 극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극우가 없으면 극좌도 공존이 불가능하다. 좌와 우, 중도만이 있다. 그러나 전범이 부활한 지역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적대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진정한 좌우나 중도가 힘을 얻기 어려운 구도다.
_‘1장 분단 원인 논쟁’ 중에서
문학 논쟁은 새로운 국가와 사회의 건설이라는 정치 과정과 긴밀히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광복 직후 문학 논쟁에 대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긴 국문학자 김윤식이 날카롭게 지적했듯 해방 공간은 ‘역사를 선택할 수 있는 참으로 희귀한 공간’이었고,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문학의 이념적 대결을 격화시킨 셈이었다.
_‘3장 좌우파 문학 논쟁’ 중에서
친일 세력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류는 비주류에 의한 청산작업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못함으로 인해서 과거사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남남갈등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됐다.
_‘5장 친일파 논쟁’ 중에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 어느 나라건 역사 해석에서 하나의 시각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복원과 평가 또한 고정돼 있지 않다. 요컨대, 역사는 새로운 사실의 발견과 기억의 복원으로 재구성되며 재해석된다.
_‘6장 해방전후사 해석 논쟁’ 중에서
박명림의 연구는 전쟁의 구조적 기원과 행위적 원인을 포괄적이며 미세하게 추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마땅하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2〉는 한국전쟁의 국제 논쟁에서 우리 학계의 자존심을 세워준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_‘9장 한국전쟁 해석 논쟁’ 중에서
4·19 정신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100년 후의 역사학자들이 지금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어쩌면 5·18과 6·10,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건을 거쳐 지금도 4·19 혁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서술할지도 모른다.
_‘11장 4·19 평가 논쟁’ 중에서
그러나 혁명적 목표를 제시했다고 해서 쿠데타가 ‘혁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도 세력이 추구했던 이념, 주도 세력의 구성 그리고 쿠데타 이후에 실시된 정책과 결과가 ‘혁명’적 성격을 갖고 있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_‘12장 5·16 성격 논쟁’ 중에서
조약 해석에 대한 한·일 정부 사이의 논쟁에서 기가 막힌 묘수가 나왔다. 양국 정부가 각각 자신의 의견대로 해석하기로 한 것이다. (…) 그래서 일본은 배상금 대신 독립축하금을 주었고, 한국은 ‘청구권 자금’이라고 명명하면서 배상금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그러나 눈앞의 긴급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작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논쟁이 되는 이슈들에 대해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50년이 지난 최근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도달해 있고 후유증도 계속되고 있다.
_‘14장 한일 국교정상화 청구권 자금 논쟁’ 중에서
베트남 파병에 대한 논의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베트남 파병을 결정했던 원래의 목적, 즉 한·미동맹과 안보를 위한 목적은 달성됐는가? (…) 전쟁특수와 유신 선포, 고엽제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쟁특수가 그렇게 컸다면 왜 196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부실기업 위기가 발생했을까? (…) 한국에서는 참전군인과 고엽제 환자들에 대한 조사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_‘15장 베트남 파병 논쟁’ 중에서
그러나 중등교육 평준화가 실시된 시점이 왜 1960년대 말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1968년은 한반도 안보위기의 정점에 있었던 시기였고, 1969년은 3선개헌이 있었던 해였다. 평준화 정책은 1968년 11월에 발표된 국민교육헌장과 함께 시행됐다. 모든 사람들이 평준화된 교육을 통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헌신할 국민이 돼야 했기 때문이었는가?
_‘16장 교육 평준화 논쟁’ 중에서
경제 성장과 개발독재라는 차원에서 유신 체제가 필요했는가의 문제였다. 필요했다는 주장은 1960년대의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과 주한미군 감축과 데탕트로 인한 위협이라는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반면 필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유신은 개인적 장기집권욕에 의해 만들어진 체제였으며, 만약 민주주의 체제에서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과 진보적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_‘18장 유신 체제 논쟁’ 중에서
그렇다고 모든 논란이 해명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광주에서 발포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 최근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에 의해 광주항쟁의 진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있었다. (…) 이러한 주장들이 근거가 없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광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_‘22장 광주항쟁 논쟁’ 중에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특정 지역의 정서였다. 운동권의 계파 내에서도 후보와 지역에 따라 헤쳐 모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 단일화를 통한 이벤트를 통해 선거에서 이기려 하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 것이 1987년 대통령선거가 주는 진정한 교훈이 아닐까.
_‘25장 대선 후보 단일 논쟁’ 중에서
박 총장 발언 파동이 갖는 의미는 주사파 존재 여부가 아니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의 발언이 여론을 흔들어 놓았다는 점이었다. 이후 진보 인사들을 북한 추종세력으로 모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다.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보수 언론들은 박 총장 방식의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한국 사회에서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증거는 필요하지 않았다. ‘친북 좌파’, ‘좌빨(좌익 빨갱이)’, ‘종북(북한 추종)’이란 용어가 남발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상식’이 사라졌다.
_‘29장 주사파 발언 논쟁’ 중에서
2015년 시점에서 돌아보면 지난 민주화시대에 우리 사회에선 1987년의 ‘민주화의 시간’과 1997년의 ‘세계화의 시간’이라는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흘러왔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갈망해 왔지만 그 변화는 어느덧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나 세계화라는 타율적 변화를 강제해 왔다. 민주화의 시간을 특징지어 온 사회개혁의 구심력이 세계화의 시간을 특징지어 온 구조적 강제라는 원심력에 의해 서서히 압도된 것이 1997년 이후 우리 사회의 풍경이었다.
_‘31장 87년 체제냐 97년 체제냐 논쟁’ 중에서
현재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대북정책이 정권에 따라 조령모개(朝令暮改)한다는 점, 그리고 심지어는 한 정부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기에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 또한 대북정책에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햇볕정책이 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_‘33장 햇볕정책 논쟁’ 중에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다시 한번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을 통해 주한미군의 감축 및 신속기동군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 그리고 이는 2000년대 중반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구보다 빠른 2009년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_‘37장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쟁’ 중에서
무상급식 논쟁에 담긴 중요한 정책적 함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복지국가 구축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어떤 복지정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국가 발전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강제와 경로의존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정부의 전략적 선택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서 재정정책과 복지정책 간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복지정책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_‘38장 무상급식 논쟁’ 중에서
‘안철수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지만 ‘2011~2012년 안철수 현상’은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은 안철수 개인의 취약했던 정치적 역량과 기성 정치사회가 갖는 구심력이 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세력화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주목할 것은 안철수 현상이 쇠퇴했다고 해서 국가와 시장을 개혁하려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_‘39장 안철수 현상 논쟁’ 중에서
세대사회학의 관점에서 기성세대의 ‘노력’과 청년세대의 ‘노오력’ 간 인식의 거리는 한국 사회의 세대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계급이동의 사다리가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점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고 선진국에 도달하기 어렵다.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은 이미 제시돼 왔다.
_‘40장 수저계급론 논쟁’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뭉크가 한국 사례를 다룬다는 점이다. 뭉크는 한국이 촛불집회를 통해 권위주의로의 후퇴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고 평가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지도자를 거부하고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사수하려는 게 촛불집회의 원동력이었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아시아의 민주화를 선도했던 한국은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다.
_‘에필로그: 촛불시민혁명과 한국 민주주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