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복수
그래트마는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한 장교의 극심한 괴롭힘은 죽어서 복수를 하겠다는 모질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하게 만든다. 그래트마의 자살과 복수 계획은 이 글의 화자에게 편지로 전해진다. 화자는 실제로 그래트마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 방식에 크게 놀란다. 이제 남은 건 복수... 죽은 그래트마는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책 속에서〉
어느 날, 나는 샌프란시스코 수비대 소속의 ‘그래트마’라는 사병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나는 그를 조금 알고 있었는데, 내가 출간한 단편들에 그가 관심을 갖고 나름 ‘심리학 연구’로 여긴다기에 약간의 친분이 생긴 터다. 그는 공상적이고 낭만적이며 섬세하고 참나리처럼 도도하면서도 블루벨처럼 예민한 청년이었다. 무슨 변덕으로 군대에 갔는지 나로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비참하게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칠고 혐오스러운 환경 때문에 그가 언젠가 탈영하거나 자살하지 않으면 살인자가 될 거라는 게 내 예상이었다.
편지가 내게 도착하기 전에 자신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는 등 처음에는 편지의 내용이 격한 절망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편지를 읽어 가는 동안, 나는 그의 진의를 이해했을 뿐 아니라, 그가 그것을 참으로 교묘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그 목적이 얼마나 섬뜩한 것인지 깨달았다. 편지 내용 중에서 가장 오싹한 것은, 어떤 장교(그의 호칭에 따르면)가 자신이 이런 짓을 하도록 만들었으며, 오로지 적에 대한 복수의 힘을 얻기 위해 자살을 결심했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나는 나중에 그 장교에게도 비슷한 편지가 전해진 것을 알게 되었다.